[제주시론] 마을 상징석이 제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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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여러 마을에는 해당마을을 지키는 돌탑(답, 또는 거욱대)이나 마을을 알리는 상징석이 있다. 또 해안마을의 경우에는 해안을 장식하는 조약돌과 왕돌도 있다.

여기서 전자인 돌탑이 마을사람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면, 후자인 상징석과 조약돌 및 왕돌 등은 자연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돌탑이나 상징석을 가지고 있는 마을은 그것과 관련된 자연과 역사와 문화의 한 단면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인위적인 돌탑이든 자연적인 상징석이든, 해당마을의 입장에서는 그것들이 마을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도내에서는 마을 상징석을 훔치거나 파괴하여 마을의 상징성을 훼손하는 무리들이 날개 치고 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즉 마을의 상징석을 훔쳐다가 팔아먹고 있는 것이다. 해당마을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마을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상징석을 몰래 훔쳐다 파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혼자만의 이익을 얻기 위해 특정마을 사람들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행위와도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마을 상징석이 도난 또는 파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앞으로 우리 모두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동안 제주사회에서는 무덤 앞에 놓여있는 동작석이 무더기로 도난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어느 유명한 선인의 무덤 앞 동자석은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동자석을 훔쳐간 장본인이야 반드시 징벌해야할 대상이지만,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소중히 여기며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하겠다.

지역 매스컴은 최근에 이어진 마을 상징석의 도난과 관련하여 제주시가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제주시의 대응책은 늦은 감이 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시정이라 평가된다. 제주시에 보존대상으로 신청한 마을 상징석은 모두 10개 마을 12개였다고 한다. 물론 필자의 판단으로는 더 많이 있을 것으로 보나, 아직 도난 경험이 없거나 마을마다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신청을 하지 않은 일부 마을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이미 지방문화재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제주시에 소속된 10개 마을이 신청한 마을 상징석은 그 어느 것을 봐도 해당마을의 귀중한 자산으로 손색이 없는 것들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경면 두모리 고냉이돌을 비롯하여 한경면 한원리 숫탑·암탑, 한림읍 대림리 선돌, 한림읍 수원리 구룡석, 한림읍 비양리 애기업은돌, 애월읍 납읍리 도치돌, 애월읍 신엄리 왕돌해안, 애월읍 유수암리 오방석, 애월읍 곽지리 문필봉, 오라동 족감석, 구좌읍 종달리 고망난돌 등이다.

이들은 잘 생각해 보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 매스컴에도 종종 오르내리는 존재들이다.

마을 상징석 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물은 항상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제대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마을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돌 하나, 나무 한 그루가 마을의 존재와 가치를 드높이고 있음을 처절히 깨달아야만 한다. 다름 아니라, 그것들은 여러 마을의 정체성을 밝히는 소중한 얼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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