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제주공동체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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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산과 들녘에 녹음이 우거지고 다시 6월이다. 늘 그랬듯이 올해 6월도 ‘호국·보훈의 달’을 알리는 현수막이 거리에 나붙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오는 6일 현충일에는 충혼묘지에서 추념식이 열리고, 오전 10시 전국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리고, 거리와 가정에 조기(弔旗)가 내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저 그뿐, 늘 그랬듯이 수많은 겉치레 행사와 마지못한 의식(儀式)들을 뒤로하고 6월은 산과 들에 붐비는 행락인파 속에 이내 묻히고 말 것이다. 6월의 첫 주말을 보내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공동체를 생각해본다.

우리 공동체는 6·25 당시나 4·19, 5·16 당시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동안 겪어온 시련이야 말할 수 없이 혹독한 것이었지만 엄청나게 다양해졌고 몰라보게 풍족해졌다.

지방자치가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고 다방면에서 국제화 선진화가 하루가 다르게 진척되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우리의 공동체를 이만한 수준으로 올려놓는 데에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요즘 다른 지방 사람들, 외국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빈정거림을 당할 정도로 스스로 공동체를 산산조각 부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일이다.

이 달로 출범 1주년을 맞는 특별자치도는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이루지 못한 채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한미 FTA 타결로 인한 도민불안이 깊어지면서 앞날에 희망을 잃은 농수축산인들의 반발과 시위가 그칠 날이 없다.

그 뿐인가. 갈수록 갈등의 골이 커져만 가는 해군기지건설문제는 이제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의 투쟁냄새마저 풍기는 불길한 조짐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갈등을 조정하고 봉합할 리더십도 공동체의 밑힘도 보이지 않는다.

6월은 지난날 나라와 겨레를 위해 신명을 바친 애국영령들과 그들 가족의 눈물과 한숨과 고통 위에 우리가 있게 됐음을 일깨우는 달이다.

그리고 그 과거를 현재와 미래로 연결시키고 우리 모두가 ‘제주사람’이라는 운명공동체임을 바로 보게 하는 달이다. 이런 자기성찰을 통해 우리는 2007년 6월의 제주공동체가 처한 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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