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도발적인 하이힐은 웬만한 인내심 없이는 참고 신을 수 없는 속성 때문에 마조히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것은 하이힐만큼 에로틱한 충격을 던져주는 아이템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러는 남성들에게 성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정도의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할 자세가 되어 있는 여성들도 있다.
이와 같은 하이힐은 하룻밤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몇 십년 동안 조금씩 높아진 것으로 그 시작은 16세기 프랑스에서부터다. 하이힐은 오늘날 뒤굽이 높은 여성 구두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원래는 남성의 구두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하이힐이 준 편리함은 힐 덕분에 발을 등지에 단단히 걸 수 있는 승마할 때였다. 그래서 구두에 힐을 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 것은 승마용 부츠에서부터 였다.
160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는 하이힐 신사용 부츠가 예장에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되었다. 이것을 유행시키고 굽을 더욱 높인 인물은 바로 루이 14세였다. 그는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으로 키를 커 보이게 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다. 그러자 궁정의 남녀 귀족들이 모두 높은 구두를 주문해 신기 시작하였고, 얼마 후 남자들은 원래의 키로 돌아 왔으나, 궁정의 여성들은 여전히 높은 힐의 구두를 즐겨 신었다. 이 때부터 남자와 여자사이에 역사적인 불균형은 구두 뒤 굽에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뒤 굽이 너무나 가늘어서 쓰러지지 않으려면 주변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만 하는 에피소드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런 하이힐은 평범한 여성들은 도저히 그런 신발을 신고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귀족들의 전유물로 남아있었다. 그 이후 1920년대부터 하이힐이란 높은 뒤 굽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매혹적인 여성화의 패션을 나타내는 말로 정착되었다.
오늘날 여성들이 고통을 참으면서도 하이힐을 신는 이유 중 하나가 하이힐을 신으면 다리가 높아지면서 가늘어 보여 각선미가 아름다워진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근육이 더 많이 사용되어 다리 근육의 발달로 더 두꺼워 질 수 있다고 정형외과 의사들은 조언한다. 따라서 하이힐은 발 건강에 최대의 적이다. 심지어 하이힐은 여성들의 뇌수에 자극을 주며 임신율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현대판 형틀로 아름다움을 미끼로 여성들에게 수난을 주고 있는 것이다. 팝 디바인 머라이어 캐리는 12살 때부터 항상 굽이 높은 하이힐만 신어서 오히려 플랫슈즈를 신으면 물집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지만 하이힐에 대한 사랑은 극으로 지나쳐서도 안 되며, 오히려 건강하고 매력적인 몸매로 다듬어 줄 수 있는 2~3인치의 높이의 굽으로도 충분히 전체적으로 매력적인 몸매가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장애란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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