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이제 원로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제주시론] 이제 원로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최근 제주도는 누구도 인정하는 시야 제로, 혼란에 혼란의 연속입니다. 이 보다 더한 혼란들도 숱하게 겪으면서 굳건히 이겨왔던 제주사회가 이번 혼란에는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행정의 영은 고사하고 사회의 영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과거의 혼란은 이념에 의한, 정파에 의한 혼란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때로는 승자에 의해서, 때로는 세월에 의해서 해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혼란은 내용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선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 해군기지, 평화, 공군기지, 지역발전, FTA 등 사항들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들에 의한 혼란입니다. 백 명이 백 가지 소리, 천명은 만 가지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사람들에 의해서 쟁점은 쟁점을 낳고, 그래서 혼란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주제에 따라서는 아침에 일어나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제 편이 아닌 다른 편에 서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태어나서 한번 다투어 본적이 없던 삼촌, 조카가 등을 돌리고, 잘 지내 왔던 이웃끼리도 삿대질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최근의 혼란은 변화무쌍하고, 수천색의 목소리 때문에 해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혼란이 있을 때 마다 도내 성직자들이 최종 주자 역할을 하여 왔습니다. 이분들의 행동과 말씀이 문제해결의 실마리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국의 성직자까지도 총출동하고 있지만 문제는 더욱 꼬이는 형국입니다. 성직자들 자체도 분열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대로 마주 오는 열차충돌을 바라보고만 있을 정도로 제주사회가 허약해 있습니까.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주자인 원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원로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혹자는 우리 사회에 원로가 없다고 한탄합니다. 원로들은 시류에 편승해서 자기 몫을 챙기기에 바빴을 뿐이라는 원색적인 비판을 하는 도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원로들은 누구입니까, 일제의 강점기에서부터 2차대전의 태평양전쟁, 세계 최악의 내전으로 기록되는 4·3 사건 등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최대한의 굴욕과 인내를 감당했던 선배들입니다. 정부수립 후에는 6·25 전쟁과 각종의 정치적 격변 등을 겪었던 우리사회의 산 역사들입니다. 이것만으로 원로의 자격은 충분히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에 살면서, 가장 험난한 역사를 갖고 생사를 일상생활처럼 살았던 그분들에게 원로라는 월계수를 씌어주지 않은 한 우리사회는 영원한 원로 없는 사회, 그래서 중재자 없는 혼란한 사회가 연속일 것입니다. 이 지역의 혼란의 역사와 함께 하면서 얻은 경험, 지혜, 순수함으로 뭉쳐진 피를 토하는 호소가, 간곡함이, 그리고 거암과 같은 행동만이 현재의 사람에 의한 혼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원로들이 건재해 있음을 이 사회에 보여줄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제주사회의 원로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 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선은 현재 대립된 진영에 가담하지 않은 원로들 중에 지역 행정과 정치, 그리고 경제발전에 경륜을 갖춘 원로들이 앞장서서 나서야 할 때입니다. 혼란과 분열의 중심에 기꺼이 들어가서 당신들이 갖고 계신 경륜을 사심 없이 다 쏟아 부어야 합니다. 산도 옮길 수 있다는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젊은이와 심지어 성직자들과 밤 세워 토론하고 중재를 해 나가야 합니다. 비록 돌을 맞을 지라도,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비난하면서 중재를 거부할 지라도 원로들이 마지막 주자이기에 그 자리 서서 다시 한번 제주사회를 구하라는 역사의 소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당신들이 이 혼란을 잠재울 때 우리는 원로들이 보여준 거룩함을 후세에 뚜렷하게 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님들이 우리의 선배이며 원로인 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님들의 족적을 따라나설 것입니다.<양영철 제주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