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과 생명체가 품고 있는 황의 신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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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화산 분출물 중에 희끄무레한 다공질(多孔質) 암석인 부석(浮石·pumice)은 신비스런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부석은 지구와 그 생명의 역사를 반영하는 다른 화산 물질도 고이 간직하고 있고, 기공도 인간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데 여기에는 황 화합물도 관여하고 있다. 황의 옛 이름인 brimstone(sulfur·S8)의 어원은 ‘불타는 돌’로 ‘지옥불’이란 다른 의미도 지니고 있다.

 

황은 색이 밝은 황색이며, 태우면 파란 불길이 일어나면서 자극성 냄새를 발한다. 옛날 사람들은 황을 땅 속 ‘귀신의 넋’, 혹은 화산 ‘산신령의 답즘’이라고 생각했다. 황을 연소시킴으로써 마귀와 괴물을 추방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집안에서 이를 태운 적도 있다.

 

황은 살아 있는 유기체에 존재하며, 이것은 대기, 바위, 바다, 생명체들과 함께 지구 내 황 순환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황을 포함하는 생물 화합물로는 아미노산인 메티오닌(methionine), 시스테인, 시스틴 이외에 타우린(taurine), 항생제 페니실린, 마늘의 활성 성분인 알리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황은 또한 글루타티온(glutathione)과 같은 생물학적 항산화제 또는 여러 효소의 중요한 구성 원소이기도 하다. 물론 피부, 손·발톱, 머리카락, 양털 등에서도 황의 역할은 지대하다.

 

타우린은 피로회복제, 자양강장제 등의 드링크제의 주성분이며, 이것은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황 함유 아미노산이 부족한 토양에서 생장하는 마늘, 양파 등에는 응애가 발생할 수 있고, 일반 작물에도 해충 및 흰가루병이 생길 수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균형 잡힌 미네랄을 흡수해야 된다.

 

일반적으로 황은 화산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이것은 화산에서 발생하는 기체 속에 존재하는 황화수소와 이산화황이 반응해 생긴 것이다. 주로 황화수소 때문에 화산지역에서 계란 썪는 냄새가 난다.

 

이산화황의 일부는 나무펄프와 직물의 표백제, 포도주, 말린 과일에 소독제와 방부제로 이용된다. 이것을 식품방부제로 쓰는 것은 효모, 곰팡이, 세균 등에 유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산화황은 산성비의 한 성분인 황산으로 둔갑해 자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화산이 분출할 때 이산화황에 의해 수백 ㎞ 밖에서도 산성비의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산(Mount Pinatubo)의 화산 폭발로 수백 만 톤의 이산화황이 대기 중으로 분출했다. 이 화산 폭발에 의해 수 년 간 세계적으로 기온 하강현상이 나타났다.

 

황이 지구 내부에서 대기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은 대기 활동을 이해하는 데 본질적이다. 물론 유출된 이산화황과 그 기원인 마그마 사이의 관계도 중요한 측면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의 일환으로 화산학자들은 피나투보 산의 부석을 관찰했다. 이 부석은 경석고 결정을 내포하고 있다. 경석고의 화학 조성식은 CaSO4로 황산염 무수물의 일종이며, 이는 부성분으로 Sr 등도 품고 있다.

 

부석, 현무암, 포놀라이트(phonolite)들은 그저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 같지만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화산암이다. 특히 현무암은 돌하르방으로 재탄생해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황도 그저 황이 아니다. 마늘 속의 알리신, 식품방부제, 낙지 속의 타우린, 아미노산, 스컹크의 냄새에서 황의 역할은 막중하고 신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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