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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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이순(耳順.60세)에야 비로소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사실상 70세까지 살기가 어려웠으므로 모든 일을 들어 저절로 알게 될 때부터 여생은 10년 남짓에 불과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70세를 훌쩍 넘어 80세를 바라보는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이순은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다. ‘50세는 노년의 청춘기’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60세 노년 청춘기’로 정정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고 있다. 흔히 듣는 ‘60세 청춘’이 실감나는 세상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건강연령과 정신연령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연령은 길어졌지만 정신연령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

구조조정 등 이런저런 이유로 60세 이전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60~65세가 되면 어김없이 명예퇴임 또는 정년퇴임을 맞아야 한다.

물론 나름대로의 새로운 인생 설계로 보람된 노후를 보내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고 인생무상에 빠져 할 일 없이 소일하는 사람도 적잖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젊음을 바친 인생 못지않게 노후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은 의미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노후’, ‘아름다운 황혼’이 어찌 ‘아름다운 젊음’ 못지않겠는가.

퇴임을 앞둔 심재기 서울대 교수(65)와 퇴임한 이인복 숙명여대 명예교수(66) 부부가 올해 지방의 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학사 학위를 함께 받고 사회복지사로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 평생 국문학만 공부하고 가르쳐 온 심 교수 부부는 퇴직 후의 삶을 노인과 청소년.유아를 위한 사회사업에 전념키로 한 것이다.

그야말로 멋진 노후가 아닐 수 없다. 퇴직금으로 누구 못지않은 편한 노후를 즐길 수 있을 텐데 종합복지센터를 세워 여생을 특히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노후에 돈과 봉사를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사업을 선택한 것도 대단하지만 전문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다시 대학을 다닌 열정은 더더욱 놀랍다. 심 교수 부부와 같은 ‘아름다운 젊은 노후’가 줄을 잇는 사회, 이 시대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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