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합장 선거 '표심'과 당선자의 '초심'
제주 조합장 선거 '표심'과 당선자의 '초심'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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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지난 11일 막을 내린 가운데 제주지역 조합원 유권자들은 ‘변화’를 선택했다.

도내 1차산업 생산자단체인 농·축협과 수협, 산림조합 31곳의 수장 가운데 60%에 가까운 18곳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

현직 조합장이 수성에 성공한 곳은 무투표로 결정된 5곳을 합해도 불과 13곳에 머물렀다.

조합원들을 자주 만나는 조합 직원들은 공식 선거운동 초반만 하더라도 상당수가 현직의 우세를 내다봤지만, 결과는 물갈이 폭이 커지면서 예상을 비켜갔다.

과거 선거의 교체 비율인 40% 수준보다도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지연, 혈연, 학연 등 뿌리 깊은 연고주의와 조직력의 차이도 있었지만, 제주의 주력산업이라는 1차산업에 대한 위기감 고조, 조합 운영에 대한 문제의식 등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만큼 유권자들은 한중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체결 등 농수산물 개방의 파고로 닥쳐올 위기의 미래, 풍작 속 가격 하락이 반복되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 새로운 도전자에 더 큰 희망의 새싹을 키웠다.

우연한 일치인지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 정부의 수급 조절 정책 실패로 경영이 악화됐던 마늘 주산지 농협 5곳의 조합장은 모두 교체됐다.

2009년 이후 최저 가격으로 곤두박질 친 지난해산 노지감귤 주산지인 산남 지역농협 수장들도 대부분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이들 현직 조합장 후보들 가운데는 검증된 경륜을 내세우며 4선, 3선 고지를 노렸지만 처음 선거전에 뛰어든 새내기나 전직 조합장에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심지어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서도 2위도 아닌 3위로 내려앉는 경우도 나타났다.

반면 유효 투표의 80%를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구좌·하귀농협이나 5선의 영예를 안은 한림농협의 경우 현직들은 임기 중 당근과 양배추 등 지역 특산물 판로에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건전 조합 운영 평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제 조합원들은 오는 21일부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게 되는 제주지역 당선자 31명이 4년 후에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보게 된다.

과연 ‘초심’을 잃지 않고 조합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봉사자의 자세로 참일꾼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느냐이다.

조합의 대표로 막강한 권력이 주어지다 보니 낮은 자세로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도내 지역농협 평균 7500만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 평균 13억7000만원의 교육지원사업비 등 각종 예산 집행, 직원들의 임용과 승진 등 인사권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부럽지 않은 절대 권력이다.

조합장의 권력은 급기야 도내 모 지역농협에서 한 후보자가 ‘정리 해고 1~5순위까지 이름이 거론된 살생부’ 허위 사실 유포를 주장하면서 상대 후보를 경찰에 고소하는 상황으로까지 비화하기도 했다.

앞으로 당선자들이 늘 처음처럼 조합원을 위한 조합 운영, 농어업인들의 소득 증대 등 그동안 쏟아냈던 공약들을 하나씩 채워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심이 흔들릴 때면 한 표 한 표가 절실해 유권자에게 다가서며 마음을 졸이던 그 순간을 떠올려보자.

조합원들을 진실로 주인으로 모시던 후보 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변화’를 약속한 새 얼굴의 당선자들,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조합 설계를 다짐하며 연임 대열에 합류한 현직 조합장들 모두가 살기 좋은 섬 제주의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범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