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강제규 감독 신작 '장수상회'
<새영화> 강제규 감독 신작 '장수상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집 앞에 선 이삿짐 차량을 보고 당장 차 빼라고 성화 부리고, 길 한쪽으로 비켜서라는 운전자 말에 일부러 도로 한복판에서 느긋하게 걸어가는 장수마트 모범 직원 '성칠'(박근형).

   

무뚝뚝한데다 융통성 없고 까칠한 성칠이 고집을 부리며 재개발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통에 동네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 휴무일은 잊어버려도 인감도장은 안 잊어버리는" 그의 마음을 뒤흔드는 일이 생긴다. 성칠 앞집에 누구에게나 친절한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이 딸 '민정'(한지민)과 함께 이사를 온 것.

   

"김성칠 씨, 밥 한 번 사세요. 꼭이요"라며 환한 미소를 보이는 금님이 자꾸 신경쓰이는 성칠은 오랜 친분이 있는 장수마트 사장(조진웅) 조언에 금님과의 첫 데이트에 나서고….


   

'쉬리'(1998)·'태극기 휘날리며'(2004)로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로 돌아왔다. 단편 영화 '민우씨 오는 날'(2014)을 제외하면 '마이웨이'(2011) 이후 만 3년 만이다.

   

영화는 70세 연애 초보 성칠과 그의 마음을 흔든 꽃집 여인 금님, 그리고 이들의 마지막 연애를 응원하는 동네 사람들이 함께 그리는 러브 스토리다.

   

성칠과 금님의 연애는 여느 젊은 커플 못지않게 알콩달콩하다.

   

여자에게는 무조건 예쁘다고 말해야 한다는 조언에는 정작 "내가 왜 그런 말까지 해야 돼? 밥도 사는데"라며 퉁명스럽게 넘기다가도 "예쁩니다"라고 무심한 척 말을 꺼내는 성칠과 저녁 늦게 성칠 집 현관문 초인종을 누르고 "저녁 꼭 사셔야 돼요"라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집으로 돌아가는 소녀 같은 금님의 모습은 따뜻한 웃음을 선사한다.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을 통해 숙종과 장희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 박근형과 윤여정은 44년 만에 연애 초보 커플로 재회해 50년 안팎의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단출하면 단출한 대로, 착하면 착한 대로 가는 게 이 영화가 지닌 본질이자 미덕"이라는 강제규 감독 말대로 영화는 소소한 웃음을 주며 잔잔하게 흐른다.

   

재개발을 앞둔 동네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는 한두 장면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다른 곁가지를 쳐내며 성칠과 금님의 연애에 집중한다.

   

영화를 보면서 조금씩 품을 법한 이런저런 궁금증은 극 후반 (나름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성칠만 알지 못한 금님의 비밀과 성칠에게 얘기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밝혀지면서 한꺼번에 풀린다.


   

영화는 이때부터 작정한 듯 감동적인 사연을 쏟아내며 관객의 눈물샘을 건드린다.

   

전작에서 남북 이데올로기와 한국전쟁을 각각 배경으로 남녀 간 사랑('쉬리')과 형제애('태극기 휘날리며')를 그린 강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70세에 찾아온 사랑을 토대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다.

   

전작과 비교하면 한층 힘을 빼고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 냄새 나는 얘기로 돌아온 강 감독은 "'장수상회'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전 세대가 끌어안고 이해하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룹 엑소의 찬열이 성칠에게 연애 팁을 알려주는 고교생 민성 역을 맡아 스크린에 데뷔했다.


   

4월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2분.<연합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