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생태평화와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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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세계 평화의 섬의 개념을 ‘비무장 평화지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보는 분들은 대체로 인권중심적 시각에서 또는 생태환경적 시각에서 평화의 섬을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제주는 해방공간에서 ‘4·3’이라는 뼈아픈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이러한 아픈 역사를 딛고 이념의 차이를 넘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상생하기 위한 관용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서로를 용서하면서 인권 존중의 성지로 거듭나는 평화의 섬을 제주가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제주의 역사에 기초한 인권중심적 시각이다. 또한 생명과 환경의 생태학적 조화라는 관점에서 제주의 발전 방향을 재정립하고, 제주가 생태학적 평화의 세계적 모범으로 우뚝 서야한다는 것이 생태환경적 시각의 평화의 섬이다. 이를 통틀어 ‘인권.생태평화의 섬’ 모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권평화적 시각에 따르면, 4·3사건으로 무고한 제주 사람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되었기 때문에, 제주를 무력의 그늘에서 해방시킬수록 제주는 동북아의 긴장을 완화하는 평화의 섬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해군기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좀 더 우리의 시각을 넓혀 보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4·3’과 같은 뼈아픈 사건이 왜 발생했는가? 원초적 근원을 따져 보면, 이는 조선이 힘이 약하여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로 전락해버렸고, 해방과정에서 분단된 데에 기인한다. 우리가 식민지가 아니고 떳떳한 독립국가였다면, ‘4·3’과 같은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최근세사를 돌이켜보면, 인권이 가장 핍박받았을 때가 우리가 힘이 약해 외침을 받았을 때이다. 이율곡의 십만양병설을 선조가 받아들여 국방을 튼튼히 했더라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과연 임진왜란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임진왜란에서 얼마나 많은 선조들이 무참하게 희생되었는가? 병자호란, 정묘호란에서 청나라에게는 얼마나 당했는가? 외침으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을 때 인권은 가장 무참하게 유린당하게 된다. 전쟁이라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무차별적인 살해도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공간에서의 ‘4·3’의 비극과 80년 광주에서의 신군부의 무차별적인 압박으로 군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하는 이들이 많다. 또한 일부 정치군인들이 쿠데타를 통한 군부권위주의 독재체제를 지속 강화해온 우린의 역사로 인해, 군은 민을 억압하고 핍박하는 수단으로만 의식되기도 한다.

인터넷의 발전과 민주의식의 성숙으로 우리 사회에서 군이 다시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 군도 민주사회의 군으로 다시 거듭나고 있음도 이해해주어야 한다.

민주사회의 군은 국민들의 안전보장을 첫째의 의무로 삼는다. 따라서 군은 이제 더 이상 인권을 억압하고 핍박하는 도구적 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민을 돕고 보호해주는 필수적인 기관인 것이다. 따라서 군에 종사하는 우리의 아저씨들과 자식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격려해주고 존경해주어야 한다. 이들이 있음으로써 우리들은 오늘도 편안히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유치될 경우, 유사시에 제주가 주변국가들의 각축장이 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억지력(상대방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능력)을 가졌을 경우는 결코 주변국들이 공격해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군사력을 갖는 이유는 전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발발하지 못하게 억지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우리가 어느 정도 힘을 가지면 남들이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태환경문제는 매우 중요하므로 해군기지가 혹 건설된다면, 해양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도록 요구해야 하며, 해군기지가 완성된 후에는 관리과정에서 해군부대측, 제주도당국, 그리고 환경단체간의 ‘삼자협의체’를 구성하여 해양오염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주변 해양 감시를 해야 할 것이다.<강근형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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