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勝熱(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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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여재홍로중(全島如在紅爐中).

섭씨 34도에 가까운 무더위가 여러날 계속되면서 온 섬이 마치 뜨거운 화로 안에 들어간 듯하다. 매미도 덥다 못해 ‘맵다’고 우는 것만 같다. 찌는 듯한 더위를 가리키는 무더위란 말로는 모자라서 ‘불볕더위’라 하거나 ‘가마솥 더위’, 심지어는 ‘용광로 더위’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쓴다.

한낮의 무더위만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은 무더위가 밤까지 지속되는 ‘열대야’로 말미암아, 탑동과 용두암 등 해변가에는 한밤에 ‘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인다.

▲‘피서(避暑)’란 말은 글자 그대로 ‘더위를 피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옛 선비들은 피서란 말 대신에 ‘더위 속에 숨는다’는 의미의 ‘은서(隱暑)’라는 말을 즐겨 썼다. 무더운 여름철에 잠시나마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을 떠나 자연 속에 ‘은자(隱者)’처럼 숨어 지내며 세태인정을 관조하고 심신을 수양하는 데 뜻을 두었기 때문이다.

‘놀이 문화’로 대표되는 현대의 피서문화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더위와 열대야를 피해 피서지로 떠나는 행렬로 공항은 연일 만원이다. 도내 해수욕장과 계곡에도 피서인파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피서가 몸과 마음을 닦는 ‘수양’이 아니라 놀자판이 돼 버린 지는 오래다.

더위를 즐기기 위해 감수하겠다는 생각들인 것 같다.

그렇다면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와 피서문화란 말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더위 속에 숨어 지내는 선비들은 보통 창가에 난 화분 하나를 두었다. 이를 ‘영량지초(迎凉之草)’라 하여 창가에 놓아두면 더운 바깥바람이 이 화분을 거쳐 서늘해 진다고 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에는 ‘조승한 정승열 청정 천하정(躁勝寒 靜勝熱 淸靜 天下定)’ 이란 말이 있다.

성인(聖人)에 의한 이상적인 정치에 대해서 말할 때 쓰는 말인데 이런 뜻이다.

‘몸을 많이 움직이면 추위를 이길 수 있고 몸을 고요히 안정하면 더위를 이길 수 있습니다. (군주가) 맑고 조용하게 있으면 세상 천하는 저절로 안정됩니다.’

노자의 말을 이 삼복더위에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사람들이 꼭 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전직, 현직 모두가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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