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더, 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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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라(Be honest), 열심히 공부하라(Study hard), 검소하게 살라(Plain living), 건강해라(Go od health)’

상해시 동방조양외국어고등학교의 웅장한 서구 궁전 형 본관에 붙은 교육목표다. 제주고등학생 28명, 중국어교사 3명과 함께 일주일간의 중국어, 중국문화 체험캠프에 참여했다. 살인적 더위가 맹렬히 기승을 부렸지만 학생들의 호기심과 수업 열기는 더위를 무색케 했다. 중국어 회화, 중국시 낭송, 무술, 중국가요, 서화, 가면화 제작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나도 직접 가면화와 펜더 곰을 서화로 그려 보았고 나름대로 약간의 재질을 발견했다.

중국의 시장 경제적 사고와 경영은 이미 우리를 추월한 것처럼 보였다. 이 곳 외국어고등학교에서도 여름방학은 없었다. 기숙사는 매일 초·중등학생들로 들끓었다. 프로그램 담당교사들은 매일 학교에 나와 수업과 특성화프로그램을 지도한다.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영어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 가정 한 자녀의 중국은 우리나라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자녀의 교육 투자에 열심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학습과 과외 등으로 쉴 틈이 없고, 학교는 수익사업에 혈안이 되어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물론 우리 학교들도 쉴 틈이 없다. 그러나 무엇으로 그리 분주한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우리는 세계문화유산인 유원(留園)을 특별한 관심으로 견학했다. 유원은 북경의 이화원, 소주의 졸정원, 승덕의 피서산장과 함께 중국 4대 정원 중의 하나다. 정원은 물을 주제로 한 중부, 누각의 화려함이 특징인 동부, 가산의 기묘한 경치가 빼어난 서부, 대나무 등의 자태를 자랑하는 북부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천과 축산, 정자를 치밀하게 조합한 디자인이 뛰어나다. 유원의 유명한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 역대 문인들의 필적이 정교하게 새겨진 회랑과, 하나하나 무늬가 들어 있는 화창이다. 화창을 들여다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풍경이 달라 보인다.

마지막 날 우리는 학습발표회를 가졌다. 나는 서툴지만 중국어와 우리말을 섞어 축사를 하고 학생들은 익힌 것을 발표했다. 중국어로 학습 경험을 발표하고, 그간 활동하던 모습을 DVD로 상영하고, 중국시 암기 낭송, 모리화 합창, 대표학생의 무술시범 등이 있었다. 우리는 학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우리 노래 ‘사랑으로’의 합창으로 전했다.

문 없는 학생 화장실, 북경인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리, 평소 말이 싸움소리인 듯한 상해 사람들. 그러나 새벽 5시부터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따뜻하고, 인각적인 펜더들이었다.

<이영운·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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