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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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이라 한 여름 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은 서쪽으로 가고 미성은 하늘 복판이라/ 늦더위 있다 해도 계절을 속일소냐/ 빗줄기 가늘어지고 바람도 다르구나/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하는가/ 칠석에 견우 직녀 흘린 눈물 비가 되어/ 섞인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때/ 눈썹 같은 초승달은 서쪽 하늘에 걸리고’(농가월령가 중 ‘7월령’)

오늘은 절기로 입추(立秋). 대서와 처서 사이에 있고, 가을이 들어서는 절기라는 이름이다.

때문에 동양의 역에서는 입추부터 입동(11월 8일)전 까지의 석달을 가을로 한다. 입추 15일간을 나눠 5일씩 3후(候)로 갈라서 초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에는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말후에는 귀뚜라미가 운다고 했다.

▲늦더위에 마음을 놓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이 있듯 휴가가 한창인 시기이기도 하다.

농부들은 이 시기 가을채비를 시작한다. 특히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었다.

옛사람들은 입추 지난 더위는 노염(老炎)이고 잔서(殘暑)라고 했다.

가는 더위가 아쉬워 고추를 말렸다고 하지만 지금 제주는 절기가 무색할 만큼 무더위가 한창이다.

농가월령가에서도 이 시기 베짱이 우는 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꼴 거두어 김 매고, 낫 갈아서 두렁 깎고, 선산에 벌초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장마를 겪었으니 옷가지도 말리고, 가을이 가까우니 입는 옷 살피고, 박 호박 얇게 썰어 말리라고 했다.

▲어디 농부뿐이겠는가.

휴가에 들뜬 사람들도 정신을 차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입추이고 보니 힘차고 낭랑한 매미소리가 반갑다.

7년을 굼벵이로 살다가 고작 2~3주의 삶을 사는 매미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인생이 덧없음을 안다.

그래도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 했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가을이 되면 그만큼 할일이 많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예감해 보며 느끼는 감상이다.

풍성한 수확을 위해 농부들이 가을채비를 하듯 오늘 아침, 가을을 생각하며 늦더위쯤은 참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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