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포탯’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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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대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1980년 게임이론 전문가들을 토너먼트 게임에 초대했다. 참가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각각의 최상의 전략으로 상대와 게임을 벌였다. 이 게임 승자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아나톨 라포포트가 만든 ‘티포탯(Tit for Tat=맞받아 응수하기)’ 프로그램이었다. 참가자들은 이 결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이 티포탯 전략이 너무나 단순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의 시작은 협조다. 그 뒤에는 상대방이 하는 것을 따라한다. 상대가 협조하면 협조하고, 속이면 똑같은 방법으로 보복을 한다. 그러면서 때때로 용서를 한다.

▲액설로드는 다음 토너먼트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게임이론가 뿐만 아니라 생물학, 물리학, 사회학 연구자들도 참여시켰다. 그리고 참여자에게 이전 게임 승자인 티포탯 전략을 자세히 설명해 새로운 전략을 짜도록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티포탯 전략이 또다시 승리했다. 액설로드는 “다른 전문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관용의 미덕을 발휘하지 않은 것이 패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일반 국민에겐 생소한 이 티포탯 전략은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쓰는 전략이라고 청와대가 자랑한 적이 있다. 2년전 당시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전략을 거론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감쌌다.

조 수석은 노 대통령의 미국, 일본, 북한에 대한 강온전략 구사를 예로 들면서 “처음에는 상대에게 양보, 협력을 했음에도 상대가 변하지 않으면 강경작전을 해왔다”며 여론에 따라 춤추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관성 있는 지도자임을 거듭 강조했었다.

▲청와대의 표현대로라면 이달말 평양서 개최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노대통령의 티포탯 전략의 결과다. 그러나 그 전체적인 모양새는 이 전략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북한이 벼랑외교에 의지해 핵개발이라는 극단으로 치달을 때에도 이 전략의 핵심인 ‘눈에는 눈’이라 할 수 있는 강경책을 구사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북한에 끌려 다니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사실 남북관계 특수성을 감안하면 끌려 다니든, 끌어 오든 그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남북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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