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耕者有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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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시집인 시경(詩經)엔 다음 같은 주나라 초기의 시구가 있다. ‘普天之下 莫非王土(보천지하 막비왕토).’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데가 없다로 풀이된다. 천하의 토지는 왕의 영토라는 왕토사상(王土思想)의 유래다.

과거 봉건시대의 토지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다. 왕이 국가의 주인인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때의 토지제는 사실상 ‘국유제’였다.

이 시대엔 각 관청과 관료들에게 수조권(토지에 대한 조세 징수권)이 주어졌다. 이른바 지배계층으로 지주가 되는 셈이다. 반면 대다수 농민들은 소작농이었다. 그래서 수확물의 절반 이상을 지주와 관아에 바쳤다. 또한 공물을 부담하고 부역까지 져야했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은 밭을 가는 사람이 전답(田畓)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즉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그 농토를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항상 토지 개혁의 이상적 목표로 설정돼 온 가치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나라는 정부 수립 후 1949년 경자유전 원칙에 의한 농지개혁이 단행됐다. 이어 1950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비로소 농민들은 ‘제 땅’을 가질 수 있었다. 그야말로 농민들 입장에선 천년의 질곡에서 해방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주의 가혹한 수탈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헌법 제121조와 농지법 제6조에 경자유전 원칙이 명문화된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원칙이 깨진 지 오래됐다는 얘기가 나돈다. 농사를 짓지 않거나 농촌에 살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 사례가 허다한 탓이다.

제주지역은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전체 농지의 20.7%(110.3㎢)를 도외 거주자(외지인)가 차지하고 있는 게다. 3년 새 갑절 이상 급증했다. 그 여파로 땅값이 고공행진이다. 곳곳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자경(自耕)할리는 만무할 테고, 상당 부분 투기용이 아닐 수 없다.

마침내 원희룡 제주도정이 칼을 빼들었다. 얼마 전에 경자유전 원칙에 입각한 ‘농지관리 강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핵심은 그간 여러 사정으로 다소 느슨하게 집행됐던 법 규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거다. 소위 ‘가짜 농사꾼’의 농지 취득을 엄격히 제한해 농지를 법대로 보존하겠다는 게 취지다.

당연한 조치다. 한데도 말들이 많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데다 암암리에 농지를 소유한 공무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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