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순수 화가 열정 음악가 제주서 진정한 자유를 품다
(19)순수 화가 열정 음악가 제주서 진정한 자유를 품다
  • 고현영 기자
  • 승인 2015.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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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백·김미나 부부
   
지난해 제주살이를 시작한 김중백(사진 오른쪽)·김미나 부부가 아이와 함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망망대해에 우뚝 서 있어서 제주는 고립 또는 고독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을 품으려는 이들에게 제주는 자연이 잉태하고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복잡함·갑갑함으로부터의 탈출, 즉 자유를 선사한다. 문화예술인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제주살이를 시작한 김중백(화가· 42)·김미나(음악가·37) 부부에게도 제주는 자연이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어림없는 곳이다. 오롯이 자신들의 전공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기운과 조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함께 어떤 일을 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이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화폭에 담을 수 있는 소재가 되고, 내가 서 있는 그 어떤 곳도 공연 무대가 될 수 있는 곳, 그것이 이곳의 장점”이라며 팔색조의 매력을 간직한 제주의 강점을 늘어놓았다.


10대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사 간 그는 낯선 환경 탓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연필·종이를 빌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시절의 외로움을 견뎌냈던 시간들이 결국 현재의 그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특별히 개인전을 여는 것은 아니지만 진가를 알아차린 곳곳에서의 러브콜에 대한 답례로 초대전과 그룹전을 마련, 간간히 ‘김중백’을 각인시켜 온 그.


그의 그림은 마주하는 순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아닌지 잠깐 눈을 의심하게 한다.


“붓을 잡는 그 순간의 느낌을 최대한 순수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그는 “인공적인 요소가 첨가되지 않은,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은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탄탄대로였을 것 같았던 그의 인생길에도 비바람 막아줄 우산 하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잠시 행위예술 분야에 관심을 보이며 백남준(비디오 아티스트)과도 인연을 만들었던 그가 30대에 들어서면서 정체성의 부재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런 그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던 나라 중 인도를 선택, 그곳에서 지내는 6년 여 동안 태국·네팔 등지도 여행하며 집시(Gipsy) 아닌 ‘집시화가’로 활동하다 본인의 진로를 확신하고 한국에 정착했다. “네팔에서 만난 친구들과 산중에서 빨랫줄과 빨래집게만으로 그림을 걸어 전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한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그림들이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속 깊은 곳에 꿈틀대고 있던 예술을 향한 열정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네팔의 기억을 간직한 그가 예술의 열정을 풀어 놓을 곳으로 제주를 선택한 데는 부인 김미나씨의 역할이 컸다.


   
  부인 김미나씨가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인디 밴드 ‘수리수리 마하수리’의 앨범 재킷                 

그와는 반대로 ‘문화의 메카’ 홍대에서 인디음악(INDEPENDENT, 음악의 줄임말로 상업적인 흐름에서 독립한 음악이란 뜻)을 전파해 온 그녀는 밴드 ‘수리수리 마하수리(SURISURI MAHASURI)의 멤버로 타악기, 다르부카를 다루고 있다.


개방적이고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할 수 있는 홍대를 뒤로하고 남편을 부추기면서까지 그녀가 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서울에서 대중적·상업적인 것을 배제하고 활동하려는 음악가들은 대부분 지하로 또는 마니아층을 위한 음표 그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녀는 “반면 제주에서는 풀밭, 바다 근처 등 공연장소가 개방돼 있어 활동 환경이 일단 좋고, 관객도 어린 아이부터 노인·가족까지 다양해 난해한 음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수월하다”며 제주정착에 대한 만족도를 쉼 없이 풀어냈다.


대부분 장점이 많지만 제주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이들이다. “제주하면, 자연 또는 바다와 연관이 돼서 그런지 여름관광 활성화에만 관심이 모아진 것 같다”는 그들은 “제주와 겨울을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제 이들은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 사실 지역주민들에게 귀걸이며 팔찌, 목걸이를 겹겹이 걸친 사내의 모습이 익숙한 그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존재를 소리 내려 한다. 다가오는 여름에 자그마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와 오는 27일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마련한다는 그녀. 지금까지 관객이 먼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예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이번 기회를 빌어 도민들에게 ‘찾아가는 쉬운 예술’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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