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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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신(臣)에게는 13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충무공의 비장한 각오를 되새기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질 것입니다.”

지난 20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박근혜 전 대표가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던진 일성이다.

이순신이 명량에서 달려드는 300여 척의 적선들을 일자진으로 막아냈던 그 13척을 말한다.

명량해전은 1597년(선조 30) 9월 조선 수군이 명량에서 일본 수군을 물리친 싸움으로 승승장구하던 왜군의 기를 단숨에 꺾어버렸다. 이순신은 울돌목(명량)이 수로가 협소하고 조류가 빠른 점을 이용해 일자진을 펴서 왜군을 유인해 해상권을 다시 찾은 전투로 세계 해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당시 여당의 탄핵바람을 ‘박근혜 효과’로 맞서 121석을 획득, 열린우리당의 독주를 막아냈다.

▲20일 박 전대표가 경선 승복 선언을 하며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실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432표나 앞서 ‘당심(黨心)은 박근혜’라는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에게 ‘백의종군’은 이제 현실이 됐다.

한때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로 떠오른 ‘백의종군’은 모함을 받아 벼슬을 놓고 전쟁터로 나간 이순신을 상징하는 말이다. ‘조정을 능멸하고 임금을 기만했으며 조정의 기동출격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삼도수군통제사의 소임을 원균에게 넘겨 주고 의금부로 압송되었던 이순신은 1597년(정유년) 4월 초하룻날 풀려나 백의종군을 시작했다.

▲이제 1년 2개월에 걸쳐 치열했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끝났다.

박 전대표뿐만 아니라 원희룡 후보도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 열정과 헌신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13척으로 정유재란의 전환점을 마련한 이순신은 명량해전에 앞서 ‘必死卽生, 必生卽死’(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병사들에게 말했다.

정말이지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말은 백의종군보다도 이 말이 아닐까.

“싸움에 있어서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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