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작물, 국민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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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政治)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로 ‘국가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을 말한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여러 권력이나 집단 사이에 생기는 이해관계의 대립 등을 조정·통합하는 일’도 정치에 해당된다. 사전에 나온 정의(定義)다.

하지만 그 의미와 쓰임새는 포괄적이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그것을 국민에 펼치는 모든 행위’로 해석할 수 있고, ‘어떤 수단을 사용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하는 이도 있다. ‘국민을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하는 것’도 정치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정치다.

▲한데 정치에 접미사 적(的)을 붙이면 부정적인 뉘앙스로 변질된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정치적’이라고 하면 권력이나 이념 등이 내포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의 발언이 ‘정치적이다’고 할 때는 단순히 표면적인 뜻만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경우를 일컫기도 한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정치적이다’라고 말하면 그 의미는 ‘계산적이다’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정한 사안에 대해 서로 이익을 나눠갖는 행태를 보일 때 딱 들어맞는다. 자신의 이익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하거나 윗사람(상급자) 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말과 행동을 할 때도 적용된다. 정치에 여러 단어가 뒤따를 때도 좋지 않은 쪽으로 연결된다. 정치교수, 정치군인, 정치검사, 정치공무원, 정치연예인, 정치쇼, 정치농업, 정치작물 등 그 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오용(誤用)이지만 정치에 ‘잘못된’ 또는 ‘바르지 못한’, ‘부적절한’이란 의미가 담겨 있는 게다.

▲한때 가난했던 시절 ‘대학나무’로 회자됐던 제주 감귤이 ‘정치작물’이란 오명(汚名)을 뒤짚어 쓰고 있다. 거기엔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기는커녕 관에 의존하는 무기력한 작물로 전락했다는 안타까움과 조롱이 섞여 있다.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정책이 바뀌면서 줄곧 지원 위주의 시책을 펴온 탓이 크다.

사실 감귤은 민선 지방자치 시대 이후 지금까지 각종 지원과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작물이다. 선거 때가 되면 표를 얻거나 잃지 않기 위해 도백과 국회의원은 물론 도의원들마저 “당선되면 자신이 감귤을 살리겠다”고 호언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감귤을 정치작물’로 칭하는 건 적합한 표현이 아닌 듯싶다. 누구나 알다시피 제주 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산업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감귤에 어울리는 호칭은 ‘국민 과일’이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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