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역체계에 불안감 고조…中누리꾼 79% "한국 이미지에 영향"
한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사망하고 격리 대상자가 계속 늘어나자 중국, 홍콩, 일본 등 주변국들이 일제히 메르스 방역 수준을 끌어올리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한국의 메르스 의심 환자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중국 여행을 하고, 사망자와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한 상황과 관련해 한국의 방역시스템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메르스 여파로 수천 명에 이르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무더기로 한국 방문을 취소하고, 상당수 중국인이 이번 사태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보건당국은 한국에서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메르스 확산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서울을 다녀온 여행객을 특별 감시하는 등 방역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2∼14일 전 서울의 의료시설 등 메르스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을 간 적 있는 여행객이 고열과 호흡기 관련 증상을 보이면 치료를 위해 즉시 격리 조처하고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홍콩 보건당국은 또 병원 응급실과 외래 진료소 방문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고 서울 의료시설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고열 등이 있는 환자에게는 마스크를 쓰고서 인플루엔자 유사 환자 격리구역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홍콩 언론은 한국 보건당국이 메르스 환자가 치료받은 병원 목록을 제공하지 않는데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홍콩 당국은 한국 당국으로부터 메르스 환자가 치료받은 병원 목록을 입수하면 홍콩 시민이 한국 여행 때 피할 수 있도록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방중 한국인이 메르스 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그동안 평상시 수준의 방역 태세를 유지해온 중국 중앙정부도 베이징 국제공항 등을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강화하는 행보에 돌입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현재 중국 국가질량감독검사검역총국과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이 메르스 대응과 관련한 공동 문서를 하부 기관에 발송했다. 중앙정부가 본격적인 방역체계 강화 준비에 착수했다는 신호다.
이와 관련, 현재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 여객검역소가 공항통로 등에서 체온측정, 서류작성 등의 방식을 통해 중국에 입국하는 메르스 의심 환자를 가려낼 예정이라고 신경보는 전했다.
일본 역시 한국 체류자에 대해 중동 방문자와 같은 수준의 대응을 할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에 머문 후 입국한 이들에게도 발열 등의 증상이 있으면 상담을 하도록 공항 검역소 등에서 요구할지 검토한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이런 조치는 현재 중동에 체류하다 일본에 온 이들에게 시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메르스 감염 의심이 있는 환자가 발생하면 의사가 이를 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환자는 지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교도통신은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 사망자가 2명으로 늘어났다는 긴급 기사를 2일 오전 송고했고 아사히신문은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오즈궈(毛治國) 대만 행정원장(총리격)은 이미 지난달 28일 위생복지부를 통해 전염 방지를 위한 방역과 통제조치를 강화하고 메르스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타이베이(臺北)시립연합병원 등 의료계에서도 "전염 질병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선 안될 것"이라면서 "개인의 위생을 강화하고 정부도 방역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스가 발생했던 대만에서는 메르스가 '신형 사스'로 불린다.
이런 가운데 수천 명에 이르는 유커가 무더기로 한국 방문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져 우리나라의 관광·유통산업을 떠받쳤던 '유커 특수'가 메르스 확산 탓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봉황망(鳳凰網)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근 중국 누리꾼 10여 만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에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9.11%가 한국인 감염자가 방중을 강행한 행동 등은 "한국 국민의 전체적 이미지에 영향을 끼쳤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또 '한국정부 대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82.81%(10만4천158명)의 응답자가 "한국의 관리 감독에 중대한 실수가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마땅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