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골든타임'을 말하다
다시 '골든타임'을 말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와 2015년 6월의 메르스 사태. 근 1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두 국가적 재난은 닮은 꼴이다.

 

우선 두 사태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원인에서부터 그게 떠올려진다. ‘세월호 침몰’이 해운업계와 오랫동안 부패 고리를 형성해왔던 관피아에서 비롯됐다면, ‘메르스’는 기본적인 방역업무조차 소홀히 한 보건관료들의 무사안일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거기에다 더 큰 문제는 두 재난에서 공히 드러난 정부의 대처 능력이다. 세월호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구조된 인원이 몇명인지 조차 몰랐고, 구조에 나선 해경 등은 무성의한 태도로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감염자 숫자는 물론이고 누가 주도적으로 나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 지 허둥댔고, 뒷북 정보로 화를 키웠다.

 

세월호든 메르스든 수많은 유언비어와 온갖 괴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춤을 추는 건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두 닮은 꼴 재난에서 새삼 국가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된다. 왜 국가가 있어야 하고, 왜 유능한 정부가 필요한가를 말해준다.

 

▲이렇게 총체적 부실 문제가 거론되지만, 다시 또 회자되는 단어는 ‘골든타임(Golden time)’이다. 알다시피 이 단어는 응급환자가 목숨을 건질 결정적 시간을 뜻하는 의학용어다. 통상적으로 응급 외상환자는 1시간, 뇌졸중 발병 환자는 3시간이라고 한다. 그 시간 이내에 응급조치를 받아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치료 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 시간 동안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는 그 천금 같은 골든타임을 놓친 게 뼈저린 한이다. 사고 직후 그 골든타임을 허비해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냥 바다에 흘려 보낸 골든타임이 두고 두고 아쉽다.

 

▲유감스럽게도 잃어버린 골든타임은 메르스 사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최초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도 36시간 동안 뭉갠 게 골든타임 유실(遺失)의 시작이었다. 사태 초기, 근거도 없는 낙관적 태도로서 재앙을 키운 것이다.

 

때늦은 탄식이긴 하나, 방역과 격리 등 정부 당국의 첫 대응이 제대로 됐으면 어땠을까. 적어도 이렇게까지 혼돈과 불안의 상황으로 번지고, 국민들을 패닉(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공황)의 상태로 몰아넣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가 그랬듯, 정부는 또 다시 호미를 막을 것을 가래, 아니 포크레인으로 막는 모양새다.

오택진 논설실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