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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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신구간에 이사하는 독특한 풍습이 있다. 신구간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한다. 그리고 동사무소 등에 새로운 주소를 알리려고 동분서주한다. 주소 변경에 따른 번거로움은 거의 한 달을 끄는 것 같다. 금융고객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직원들도 신구간에 이사를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신구간에 고객의 주소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과 고객이 겪게 될 번거로움을 직원이 알고 회사가 안다. 그렇지만 회사와 직원이 고객에게 주소 변경이 있는지 문의하고 주소 변경해주는 것을 찾기가 힘들다. 마치 새로운 거주지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되어 있는 것처럼, 이사한 고객이 의당 금융회사에 새로운 주소를 알려야 한다고 관념화되어 있어서일까?

신용카드와 보험회사 같은 금융회사는 고객의 주소로 발송되는 우편물과 전화번호를 통해 관계를 유지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잘 나가는 어느 보험회사의 경우 고객 전화번호 오류율이 무려 35%에 이른다. 또한 그 회사의 등기우편 반송률은 지난해 10월 현재 38%에 이른다. 결국 그 회사는 잘못된 주소로 인해 1년 동안 등기우편 반송요금을 2억6000만 원, 등기우편 반송으로 인해 지급되지 않아도 될 보험금을 9억5000만 원 지불하였다. 고객의 주소를 모르는 대가로 1년간 12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신규고객 확보 비용이 더 많아

고객 전화번호 오류율과 등기우편 반송률이 이렇게 높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그만큼 기존 고객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어느 회사의 경우에도 최초 거래 후 6개월 이내에 직원의 전화 혹은 방문을 받은 고객이 3분의 1도 안 된다는 충격적인 조사가 나왔다. 고객의 3분의 1 이상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고객만족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고객의 숨은 욕구는 고사하고 고객의 주소와 전화번호도 모르면서 고객만족을 이룰 수 있을까?

신규고객 1명을 확보하는 비용은 단골고객 1명을 유지하는 비용의 약 5배에 달한다. 그래서 신규고객 3명이 들어오고 기존 고객 1명이 이탈하면, 전체 고객수는 2명 늘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줄어든다. 또한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말이 있다. 깨진 항아리에 아무리 물을 부어 보아야 결국은 비게 마련이다. 항아리에 구멍이 있다면 새로 물을 붓는 것보다 빠져나가는 구멍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신용카드 회사의 예를 보자. 그 회사는 항아리에 물을 붓기보다 항아리의 구멍을 막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고객이탈률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결국 그 회사의 수익은 8년 만에 16배 증가했으며 카드업계 순위는 38위에서 4위로 급상승하였다. 어느 세계적인 보험회사에서도 새로운 계약의 60% 이상이 기존 고객으로부터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연구 결과는 고객 유지율이 5% 증가하면 금융회사의 수익은 약 80% 증가하는 것을 보였다.

기존 고객 지속적 관리를

지난해 말 개인신용불량자가 263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지난해 말 2236만 명)의 11.7%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러한 신용위기에는 금융회사들의 길거리 모집 같은 무분별한 회원 확보 경쟁이 한몫을 했다.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회원 모집이 이제는 거꾸로 회사의 적자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항아리의 구멍을 막기 위해 기존 고객을 적극적으로 찾아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누구나 아는 말,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야말로 금융회사가 펼쳐야 할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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