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감귤 시장개방 절대 안돼" 도민들 한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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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993년) 우루과이라운드와 감귤 수입 개방 저지 투쟁

1993년 하반기 들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제주 사회는 격랑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농촌에 불어닥친 UR 태풍은 농민의 몰락을 예고하는 듯 했고,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마저 시장이 개방될 경우 제주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UR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협정(GATT)’의 8번째 다자간 협상으로, 1986년 9월 우루과이의 작은 휴양도시에서 새로운 협상 추진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전 협상이 선진국 간 관세 인하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UR는 예외규정이 많았던 농업분야에 대한 무역자유화가 전면 제기되고 지적소유권, 서비스산업 등 새로운 협상 분야가 추가됐다. 또한 이전과는 달리 개발도상국들의 참여가 요구됐다.


1989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UR는 그 해 하반기부터 언론을 통해 협상이 타결돼 농산물 전면 수입 자유화가 이뤄졌을 경우 국내 농업에 미치는 심각한 피해 내용이 보도되면서 국내에서도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투쟁이 전개되는 등 민감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주에서도 도내 농민단체와 단위농협,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속에 긴장 국면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990년 10월 정부는 UR과 관련해 감귤을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품목(NTC·수입자유화 및 보조금 감축 예외 품목)에서 제외했지만 범도민적인 반대에 부딪치자 곧바로 NTC 품목에 최종 포함시킴으로써 일단 파국을 넘겼다.


이후 협상이 답보상태에 머무는 와중에도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수입 개방 반대운동이 지속되면서 긴장국면을 유지했다.


그러나 1992년 말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공동체(EC) 간에 농산물 분야에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한 데 이어 1993년 들어 농산물 분야에서 예외 없는 관세화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하던 일본이 이를 수용하는 안을 받아들임으로써 UR 타결의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UR 협상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예외 없는 시장 개방 압력에 몰리기 시작한 정부는 쌀, 감귤, 고추, 마늘, 양파, 참깨,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및 유제품, 보리, 옥수수, 콩, 감자, 고구마 등 NTC 15개 품목 가운데 쌀을 제외한 대부분 농산물을 개방하기로 방침을 세워갔다.


도민들은 정부가 쌀 수입 개방을 막기 위해 제주의 생존산업인 감귤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도내 모든 농민단체와 감귤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궐기대회와 서명운동이 전개됐으며, 도의회를 비롯해 시·군의회도 감귤 수입개방 반대 건의문을 채택했다.


도민들은 1992년 대선 유세 때 김영삼 대통령이 ‘제주도민의 주 소득원인 감귤을 쌀과 동등한 정책으로 보호·장려해 농가 소득 증대를 도모하겠다’던 공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11월 6일에는 농민 등 8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주시지역에서 범도민 궐기대회가 열려 생명산업인 감귤의 시장 개방을 저지할 것을 결의했으며 서귀포시 등 도 전역으로 감귤 개방에 대한 반대가 확산돼 나갔다.


11월 8일부터 시작된 농협의 감귤 수입 개방 반대 범도민 서명운동에는 사흘 만에 12만1000여 명이 참여했다.


11월 13일에는 학계·상공인·생산자단체·농민·언론계 등 각계 대표로 감귤UR대책협의회가 구성돼 제주 감귤을 살리기 위해 ‘쌀+α(알파)’ 품목에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갔다.


마침내 국회는 11월 19일 감귤 등 15개 NTC 품목의 수입 개방 반대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나 ‘예외 없는 관세화’를 요구하는 미국 등의 압력에 밀린 정부는 12월 19일 김영삼 대통령의 사과 발표로 사실상 모든 농산물에 대한 시장 개방을 확정 지었다.


그럼에도 도민들은 제주감귤 개방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협상이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 대표단을 급파하고, 상경 투쟁과 서명운동, 범도민 궐기대회를 여는 등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같은 도민들의 절규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12월 13일 한·미 양국 간에 감귤시장 개방을 포함한 농산물 협상이 일괄 타결됐고, 12월 15일 세계 117개국 대표들이 제네바에서 UR무역협정 최종의정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함으로써 7년간 끌어온 UR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UR 타결로 감귤은 개방화 시대를 맞아야 했다.


이에 따라 외국산과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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