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 한·미·일 공조와 평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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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 후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동아시아에서는 한.미.일 공조체제와 조.중.소 공조체제가 대립했고, 그 결과 한반도의 분단상태는 지속되었다. 그 후 중.소 분쟁이 일어남으로써 조.중.소 공조체제가 흔들렸다가 소련이 붕괴함으로써 그것이 무너지고, 말하자면 조.중 공조체제만 유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는 한편 한.미.일 공조체제는 반세기가 넘도록 굳게 지속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국제 역관계상 앞으로 한.미.일 공조체제가 더 굳어지면 자연 조.중.소 대신 조.중.러 공조체제가 다시 성립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과거 한.미.일 공조체제와 조.중.소 공조체제의 대립은 이데올로기면에서 자본주의체제와 사회주의체제의 대립이었으며, 지금은 냉전체제가 해소됨으로써 이데올로기 대립이 무너졌고, 그 때문에 한.미.일 공조체제가 굳어져도 조.중.러 공조체제가 성립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겠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한반도는 그 지정학적 위치가 중국.러시아 등 대륙세력권과 일본.미국 등 해양세력권 사이에 놓인 다리처럼 되어 있다. 그런 한반도가 대륙세력권에 포함되면 해양쪽이 위협받는다 했고, 반대로 해양세력권에 포함되었을 때는 실제로 그 세력이 대륙을 침략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이데올로기 대립이 있기 이전의 청일 전쟁이나 러일전쟁은 그 때문에 일어난 전쟁들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만주사변이나 중일전쟁도 같은 맥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 얼마 전에는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한 러시아의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평양을 다녀갔고, 역시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는 중국과 그것을 포기한 러시아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 이 같은 일들은 이데올로기 문제와는 상관없이 해양세력권 한.미.일 공조체제의 강화에 맞서서 대륙세력권 조.중.러 공조체제가 성립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조건 때문에 6.25 전쟁 결과에서 보듯이 분단된 한반도가 해양세력권에 들어가는 통일도, 또 대륙세력권에 들어가는 통일도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결국 어느 세력권에도 들어가지 않고 두 세력권 사이에서 제3의 위치를 확보하면서 통일되는 길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제국주의가 청산되어 가고 평화주의가 지향되는 21세기에는 한반도와 같이 양대 세력 사이에 끼인 지역이라 해도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인 영세국의 중립과 같은 방법이 아니면서 제3의 위치를 확보하는 길이 가능할 것이다.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가 조.중.러 공조체제를 다시 성립케 할 가능성이 있다 해도 긴 세월을 두고 정치.군사.경제적으로 굳어진 한.미.일 공조체제를 당장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미.일 공조체제가 굳어질수록 전쟁통일이나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통일도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것은 조.중.러 공조체제가 다시 성립되고 강화되면 평화통일이 어렵게 되는 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남쪽에서 걸을 수 있는 평화통일의 길은 한.미.일 공조체제를 유지하되 그것을 점차 약화시키면서 남북 공조를 강화해 가는 것이라 하겠으며, 북쪽에서 걸을 수 있는 평화통일의 길은 조.중.러 공조체제를 성립시키지 않고 남북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명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는 어려운 길이지만 걸을 수밖에 없는 평화통일의 길이기도 하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김대중 정부는 6.15 공동선언을 성사시킴으로써 남북화해의 길을 열어놓았다. 우리 통일의 역사 위에 큰 디딤돌을 놓은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제 그 디딤돌을 딛고 남북 공조를 강화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북 공조의 첫째 과제는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며, 둘째 과제는 둘로 나뉜 나라를 하나로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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