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지방분권 시범도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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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이 만원이다. 돈과 권한이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들고 있다. 반면에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이 수도권으로 집중됨으로써 지방은 점차 황폐해지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수도권이 비만 상태라면, 지방은 영양실조에 걸린 셈이다. 이는 국가적인 입장에서 볼 때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은 평등한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돈과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하여 침체에 빠진 지방경제와 지방문화를 살리지 않으면 국가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새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다음 정부를 지방화 시대 또는 국가균형발전 시대로 규정하려 한다”면서 “제주도를 지방분권 시범도로 선정하려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목적은 한마디로 지방도 수도권 못지않게 활력있는 경제를 꾸리고 수준높은 문화를 누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제주도로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산남 지역 사막화되고 있어

생명체의 경우에 암세포는 다른 세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 살겠다고 영양분을 독점하고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그러다가 전체가 균형을 잃고 무너짐으로써 암세포 자신도 죽게 된다. 국가든 자치단체든 어느 한 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을 때 튼튼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이 거의 50%의 인구를 차지하고 있고 경제, 교육, 문화는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라 전체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상황은 어떤가. 전국의 자원과 사람들이 서울로 집중되듯이, 제주지역의 자원과 사람들이 제주시로 집중되고 있다. 지방이 사막화되고 있듯이, 서귀포시를 비롯한 산남지역이 사막화되고 있다. 제주시의 인구는 도민 55만명 가운데 30만명을 육박하고 있는 반면, 서귀포시 인구는 최근 3년 동안 계속 줄어들어 겨우 8만5000명 수준에서 턱걸이 하고 있고, 남.북제주군에서도 줄어드는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람들이 서귀포를 떠나는 이유는 지역경제가 침체되어 먹고 살기 힘들고, 교육시설이 낙후되어 교육시키기 어렵고, 문화시설이 부족하여 문화예술을 향유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역 경제가 침체되다 보니 인구가 줄어들고,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지역 경제는 더욱 침체되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방분권의 진정한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와 문화는 충분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지역의 경제력을 알려면, 영화상영관의 숫자를 보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경우는 어떤가. 제주시에 22개관이 집중되어 있고, 서귀포시에 1개관이 있으며, 남.북제주군에는 전무하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격차가 크듯이, 도내에도 제주시와 나머지 지역 사이에 격차가 너무 크다. 제주도에도 지역분권이 필요하다.

지방의 붕괴가 국가를 위태롭게 하듯이, 지역의 붕괴는 도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 제주도 전체가 침체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지만, 특히 서귀포를 비롯한 산남 지역은 감귤산업이 붕괴되면서 심리적 공황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사람의 경우에도 허약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보약을 먹여야 한다. 산남지역 주민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지역의 경제, 교육, 문화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와 도 차원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道도 지역분권 필요해

제주도에 묻고 싶다.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서귀포시에 유치할 생각은 없는가. 제주도청을 서귀포시로 이전할 생각은 없는가. 그리고 외국인학교를 산남지역에 세울 생각은 없는가. 지방분권은 국가적 차원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제주도 차원에서도 지역분권이 필요하다. 제주도가 지방분권의 시범도가 되려면 적어도 그 정도의 결단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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