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高馬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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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월, 가을도 중턱에 들어섰다. 이 때쯤 되면 태양고도가 갈수록 낮아져가고 지면이 열복사로 차가워지는 현상이 9월보다 심해진다.

상층은 따뜻한 공기, 하층은 찬 공기로 인하여 대기성층이 안정을 이룬다.

특히 지표 부근에선 강한 바람도 일지 않아 상공의 먼지가 낙하한다.

가을 하늘이 맑고 매우 높게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현상 때문이다.

태양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지면은 따뜻해져가며, 이로 인하여 대기성층이 불안정해지기 쉽고 큰 바람이 돼 자주 먼지가 일며 건조해지는 봄날과는 정반대다.

▲가을을 흔히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기후가 매우 좋아 활동하기 좋은 계절임을 이른다.

하지만 ‘천고마비’는 본디 그렇게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중국 흉노족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그들은 해마다 가을걷이를 앞둔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를 약탈하여 겨울나기 양식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한족들이 오랑캐 말이 살찌는 가을을 조심하자는 경구였던 셈이다.

후에 당나라 대시인 두보(杜甫)의 조부 두심언(杜審言)은 당의 승전보를 가을날에 비유한 시에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 구나)’라고 읊었다.

결국 이를 줄인 ‘추고마비’가 가을찬사로 쓰였고, 한국에서는 ‘천고마비’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천고마비’와 같은 예년 가을이 오질 않을 것 같다.

사흘에 이틀 꼴로 비 날씨가 잦은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네 들녘과 도심 곳곳이 자연의 재앙에 중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수재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은 우리의 마음을 깊게 짓누르기까지 한다.

하지만 낙망할 것 없다.

우리 조상들은 가뭄에 흉년이 들어도 가난한 마음을 서로 나누며 내일을 기약했다.

옛말에도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고 했다. ‘열 사람이 한 술씩만 보태도 한 사람 먹을 밥이 된다’는 뜻이다.

나눔의 삶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다.

이로써 마음이 드높아지고, 하늘이 높아지면, ‘천고마비’ 가을찬사도 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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