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제주의 역사.해양문화 품은 이야기길
(26) 제주의 역사.해양문화 품은 이야기길
  • 좌동철 기자
  • 승인 201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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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8.3㎞의 코스로 지난 4월 개장한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의 핵심은 모든 코스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성산일출봉이다. 사진은 오정개 해안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모습.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 박물관’이다. 유네스코는 2010년 제주도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본지는 지질공원의 핵심 마을에 개설된 지질트레일 4개 코스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지난 4월 개장한 성산·오조 지질트레일(8.3㎞)은 화산과 바다를 따라 새겨진 제주의 기억과 해양문화를 품고 있는 이야기 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질트레일의 핵심은 모든 코스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성산일출봉. 약 7000년 전 지표면을 향해 올라오던 뜨거운 마그마가 바닷물을 만난다.

섭씨 1000도가 넘는 마그마에 바닷물은 용광로처럼 끓었고,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바다 속 화구에서 터져 나온 화산분출물이 축축하게 젖은 채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쌓인 응회구(화산재 언덕)가 성산일출봉이다.

지질트레일은 식산봉(66m)이 보이는 한도교 갑문 옆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왜구들의 침입에 대비해 마을 방어 책임자인 조방장(助防將)은 백성들을 동원, 짚가리로 오름 전체를 덮어 군량미를 쌓아 둔 것처럼 위장했다.

이 같은 기만전술에 왜구들이 상륙하지 못했다는 구전이 전해지면서 ‘식산봉’(食山峰)의 유래가 됐다.

식산봉은 앞 내수면은 제주 최초의 양어장이 있다. 둑과 석축을 쌓아 만든 오조리 양어장은 바다를 거슬러 올라오는 숭어의 습성에 맞춰 밀물 때 수문을 열었다가 썰물 때 수문을 닫아 고기를 가두어 길러왔다.

이어 만나는 오조리 마을은 조선시대 수전소(水戰所)가 들어섰고 조선술에 능한 목수들이 다양한 선박을 만들었다.

그래서 다른 마을에선 사용한 적이 없는 ‘적판’, ‘쌈판’ 등 옛 선박명이 전해오고 있다. 해녀들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서 작업하는 ‘뱃물질’이 유난히 활발했다.

내수면 남쪽에는 화산섬의 기록인 ‘튜물러스’를 만날 수 있다. 용암 속에 있던 가스가 팽창해 표면이 부푼 빵처럼 들어 올려진 완만한 용암 언덕이 ‘튜물러스’다.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철새도래지인 성산포만 습지가 나온다. 괭이갈매기,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백로 등 다양한 철새가 방문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2000여 개체만 남은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번식과 월동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방향을 북쪽으로 틀어 가다보면 ‘터진목’이 나온다. 원래 성산리는 제주 본섬에 딸린 작은 섬이었다.

고립된 것은 아니고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톱이 본섬을 이어줬다. 이 ‘터진 길목(터진목)’을 따라 사람들이 왕래했다.

1920년대 말 일제는 주민들을 동원, 성산성(城)의 성담으로 터진목을 매립하는 연륙공사를 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왜구를 막기 위해 축성된 성담이 일제가 벌인 연륙공사로 사라진 것이다.

일제의 침략상은 일출봉에도 남아있다. 전남에 있는 광부 800여 명과 주민들을 동원, 일출봉 해안에 동굴진지를 구축해 놓았다.

총 길이 514m의 동굴진지는 폭약을 실은 ‘자폭용 보트’를 감춰놓은 일본 해군의 특공기지로, 세계자연유산에 생채기를 남겨 놓았다.

일출봉을 지나 북쪽 해안을 따라가면 ‘그리운 바다 성산포’, ‘술에 취한 바다’를 노래했던 이생진 시인을 기념하는 공원과 시상(詩想)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오정개 해안이 나온다.

이어 어업 전진기지인 성산항을 돌아 나오면 갑문다리 삼거리에 들어선 지오푸드 인증판매점 ‘카페코지’가 나온다. 지질을 모티브로 한 ‘일출봉 머핀’, ‘화산탄 쿠키’가 눈길을 끈다.

지질트레일 개장 후 수중 지질을 탐방하는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출봉 주변 바다 속은 차가운 해수가 위로 올라오는 용승(湧昇) 작용으로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며 산호 군락이 발달된 수중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