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대체 시대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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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중앙회 인삼특작부장
   
농협 금융점포가 타 은행과 차별화되는 게 있으니 바로 농산물을 파는 ‘신토불이 창구’이다. ‘신토불이 창구’는 전국의 농·축협에서 생산한 쌀과 가공식품 등의 홍보 및 판매처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최근 신토불이 창구 매출이 크게 줄어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은행점포를 찾는 고객 수가 줄어드는 데 있다.

은행을 찾는 고객은 왜 줄어드는가. 예상하겠지만 기계, 특히 컴퓨터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일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해 사람들이 은행창구를 직접 찾을 일이 점점 줄어든다. 그렇다면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장의 일도 급속도로 자동화시스템이나 로봇으로 대체된다. 쇼핑도 온라인 비중이 급증하고 있으니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등에서의 기계의 노동대체는 가속화된다.

세계적 온라인 기업 구글은 지난해 영국 벤처기업인 딥마인드를 무려 7000억 원 이상 주고 인수했다고 한다. 뇌 모방 형식의 기술을 이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잠재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기계가 인간으로부터 독립하는 순간을 현실화 하겠다는 것이다.

인간의 조정 없이 기계 스스로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하게 된다면 대다수 사람들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고 낮에는 등산, 밤에는 낚시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 박사는 ‘생각하는 기계화’가 현실화되는 순간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이상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교육과 채용이라는 투자 절차 없이 역량 복제 가능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인지와 판단, 이동 효율성이 인간의 역량을 넘어서는 순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직업을 잃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캘리포니아의 도로를 돌아다니고, IMB컴퓨터는 세계 체스 챔피언이나 퀴즈 왕들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원치 않는 일일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노동가치가 하루아침에 하락한다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 수도 있다. 인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들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파워그룹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피터 틸은 그의 저서 ‘ZERO to ONE’에서 “컴퓨터는 인간의 보완물이지 대체물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세울 기업가들은 인간을 한물 간 폐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키워줄 방법을 찾는 사람일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기계가 단순히 인간이 이미 하고 있는 일만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세대를 넘어 취업전쟁이란 말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특히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어서 국가의 인적자본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장년층의 조기 퇴직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과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노동의 유연 안전성 증대 등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 확대를 추진한다지만 쉽지가 않다. 어쩌면 기존의 일자리를 찾는 것 보다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게 필요한 때인지 모른다.

이처럼 노동시장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다. 기계의 노동대체성이 기술결정론처럼 맹신할 것은 못 되지만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나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인생을 살기 원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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