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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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시인/수필가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아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잠들지 않는 남도’는 안치환이 작사·작곡한 민중가요이다. 1988년 ‘총파업가’에 먼저 수록되었고, 이후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에 수록되었다. 1994년 솔로가수로 데뷔한 안치환이 자신의 앨범에 수록하여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제주4·3 당시 제주도는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이었다. 그 고립된 섬에 총소리가 들렸고, 무수한 양민들이 스러져갔다. 그렇지만 도민들의 끈질긴 싸움으로 제주4·3은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잠들지 않은 남도’는 태어났다. 그런데 4·3추념일에 그 노래를 부르는데 대하여 논란은 되풀이되었다.

‘시민들아, 무기를 들고/무리를 만들어 나가자! 나가자!/더러운 피를 밭고랑에 대자/시민들아, 무기를 들고/무리를 만들어 나가자! 나가자!/더러운 피를 밭고랑에 대자’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의 노랫말은 프랑스 혁명 당시 의용군이 즐겨 부른 매우 직설적이고 전투적인 가사이다. 전투적이고 선동적인 노랫말에도 불구하고 국가로 지정한 것은 거기 담긴 혁명정신과 그것이 상징화는 역사성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올해 제주4·3추념식에서도 다시 논란은 계속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3과 어울리지 않는 노래가 추념식 광장에 울려 퍼졌다. 물론 행사를 주관한 제주도에 원성이 돌아갔다. 희생된 영령을 기리는 자리가 또 다시 공권력에 의해 흔들리고 말았다. ‘잠들지 않는 남도’ 대신 ‘비목’이 합창되었다.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지난해에는 느닷없이 ‘아름다운 나라’가 연주되어 도민들을 당혹하게 했다.

‘비목’(碑木)은 한명희가 지은 시에 장일남이 곡을 붙였다. 1969년에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한명희는 강원도 화천 백암산 부근에서 십자 나무만 세워져 있는, 무명용사의 돌무덤의 비목을 보고, 조국을 위해 죽어간 젊은이들을 기리는 내용의 시를 지었고, 이를 장일남에 보여주자 즉석에서 곡이 만들어졌다.

올 추념식은 제주도가 주관했다. 제주도정은 ‘잠들지 않는 남도’에 담긴 시대의 아픔과 회한의 역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2013년 제주4·3위령제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가 울려 퍼졌던 사실을 기억이나 하고 있었을까? 식전 행사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른 주인공은 일본 도쿄의 소레이유합창단이었다. 노래 연습이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 발음도 어렵고, 뜻을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고도 했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없었다면 4·3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잊지 않고 늘 마음 속에 담아두겠다고 말했다. 올해 위령제 식전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를 곡목은 ‘잠들지 않는 남도’, ‘애기동백꽃의 노래’, 모차르트의 ‘레퀴엠 라크리모사’이었다. 그런데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빠지고, ‘ 비목’과 ‘그리운 마음’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노을빛 젖은 물결에 일렁이는 저녁 햇살/ 상처 입은 섬들이 분노에 찬 눈빛이여/ 갈숲에 파고드는 저승새의 울음소리는/ 아 한스러이 흐르는 한라의 눈물이어라’ 이념 갈등을 치유할 노래마저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검열과 통제를 일삼고 말았다. 4·3추념식은 도에서 주관을 하지만 주최자는 행정자치부라며 제주도는 옹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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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개 2015-09-02 14:32:22
작가의 소명은

초개 2015-09-02 14:31:47
작가의 소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