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 세대, 흙수저, 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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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N(엔)분의 1’이라는 게 있다. 몇 명이 됐든 어떤 것을 사람 수대로 똑같이 나눈다는 뜻이다. 주로 음식값을 여러 명이 나눌 때 쓴다. 여기서 N은 부정수(不定數), 즉 아직 정해지지 않은 수를 의미하는 수학기호다.

한데 최근 이 기호를 활용한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N포 세대’가 바로 그것이다. 몇 가지가 됐든 결국 거의 모든 걸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를 지칭한다. 극심한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런 단어까지 나왔을까.

청년세대의 막막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여기에 내 집 마련과 인간 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 다시 추가로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를 넘은 ‘자조적인 신조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흙수저’란 용어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흙수저는 돈도 ‘빽’도 없어 기댈 언덕도 없는 청년들을 뜻한다. ‘금수저’(돈 많고 능력 있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를 빗댄 말이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식들의 미래(진로)가 결정되는 씁쓸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덩달아 흙수저 여부를 알아보는 빙고 게임도 횡행하고 있다. 이른바 ‘흙수저 빙고 게임’이다. ‘알바 해본 적 있음’, ‘부모님이 정기 건강검진을 안 받음’, ‘집에 비데 없음’, ‘가게 부채 있음’, ‘집에 차 없거나 연식 7년 이상’, ‘집에 곰팡이 핀 곳 있음’ 등등.

가로·세로 5칸의 빙고판에 이런 문장 25개를 채워 넣는다. 그런 다음 자신에게 해당되는 항목이 있으면 체크를 한다. 이윽고 가로·세로·사선으로 5개가 연속해 연결되면 흙수저로 인정되는 게임이다. 이와 관련해 SNS나 블로그 등에 인증샷이 잇따르고 있다.

▲ ‘헬 조선’이란 신조어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옥을 뜻하는 영문 ‘헬(Hell)’과 전근대 왕조인 ‘조선(朝鮮)’의 합성어다. 대한민국은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도 미래도 없는 지옥 같은 땅이라는 의미다. 청년들이 살아가기 힘든 오늘날 한국을 비꼰 표현이라고 한다.

‘망한민국’, ‘개한민국’, ‘불지옥반도’ 등과 같은 조어들도 같은 맥락에서 사용된다. 체념을 넘어선 분노가 느껴지는 섬뜩한 말들이다. 그만큼 사회에 대한 불만과 반발심을 갖는 청춘들이 많다는 얘기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청년들의 절규가 가슴에 와 닿는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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