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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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동네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지 않는다. ‘삼포시대’라더니 출산 포기의 현실을 체감한다.

모든 동물은 종족 번식이 본능적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번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멸종이 일어난다. 인간만이 종족 번식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며 기피하기도 한다. 조상에 대한 배반의 불효다. 종족 보존이라는 생명현상의 역행이다.

다행히 2014년, 제주의 출산율이 전년에 비해 3.7% 증가했다(제주일보 2015년 8월 26일자). 합계출산율은 1481명이다. 다른 시도 보다 낫다한들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이 적어도 2.1명이 되어야 현재의 인구수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전국 통계치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43만 5435명, 합계출산율 1.2명이다. 1970년 이래 두 번째로 적은 수치다.

2014년도 서울시의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저출산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게 된다.

‘결혼은 꼭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①하지 말아야 한다’와 ‘②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두 응답의 합이 여자는 49.9%, 남자는 39.9%였다. 서울에 사는 여자의 절반이 결혼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러니 수도 서울이 ‘초저출산사회’에 진입해 있는 것이다.

자아실현이라는 고고한 이상과 권력이나 명예에 대한 욕망, 자식을 낳아 기를 여건이 불비함이나 어려운 일이나 상황을 회피하려는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삶이라고 풍요와 여유가 넘쳐서 여러 명의 자녀를 낳은 건 아니다. 풀뿌리로 연명하던 시절에도 애를 낳아 키웠다. 어렵고 힘들어도 자식을 낳아 기르는 걸 삶의 낙이며 보람이라 여겼다. 그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오히려 생활력이 강하여 오늘의 풍요를 일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식은 제 때 낳아야 한다. 집 장만하고, 돈 벌어놓고, 이것저것 다 갖춰놓다 보면 자식 낳을 기회는 지나가버린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 때문에 내 인생이 힘들고 불행 해 질 것이란 생각 또한 당찮다. 오히려 행복의 원천일 수 있다. 본래부터 나있는 길이 없듯이 거저 주어지는 보람이나 행복도 없다. 만들고 개척해야 길이 되고 행복이 된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큰 낙이며, 생의 보람이란 인식이 중요하다.

어느 작가는 ‘권력이나 명예는 지나고 나면 허망일 뿐이며, 수많은 재화도 그것을 받아줄 자식이 없으면 아쉬움만 남는다’고 했다. 결국 인생 최고의 선물은 자식이란 얘기다.

‘지방소멸(마스다 히로야· 2014)’이란 책에서 일본은 이대로 가면 현재 1억 2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금세기 말 5000만 명 정도의 열도로 전락한다고 내다봤다. 그것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40%나 되는. 이로 인해 경제가 파탄 나고, 생활 인프라가 파괴되며, 세대 간 대립이 격화되어 결국은 국력 쇠퇴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다. 고령화 속도도 더 빠르지만 위기의식은 별로다.

출산은 육아, 교육, 직장 등 사회의 여러 측면과 얽혀있어 짧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위정자들이 임시방편의 대책들만 만지작거리다 임기를 끝내야 하는 이유다.

자식은 부모의 대를 이어 가문의 혈통을 이어나갈 인자다. 국가 형성의 기본이며 국력의 요소다. 곳곳에서 웨딩마치와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야 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와 교육이 수월하도록 사회의 온갖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국가적·국민적 대처가 시급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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