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회로 가는 제주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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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중앙회 인삼특작부장
   
추석 명절을 맞아 찾은 고향은 여전히 포근하고 향기롭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문득 빌딩숲 사이 둥근 달이 보일 때도, 친구가 보낸 문자 한 줄에도 생각나는 건 고향이다. 분명 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건 최고의 축복이다. 부모님과 친지, 이웃들이 반갑게 맞아주니 온갖 시름을 다 잊는다. 소설가 이청준 선생은 ‘고향은 밖에서 이루고 얻은 자의 금의환향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넉넉하고 허물없는 도량으로 무엇을 더하고 덜 할 것도 없는 관용의 성지’라고 했다. 그렇다. 고향은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을 묻지 않는다. 그저 다 받아 줄 뿐이다. 스스로 축하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도 고향이다.

그런데 요즘 고향 제주의 풍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공항 대합실에서부터 친구와 만나는 찻집, 한라산 등산길, 올레길 할 것 없이 외국인 천지다. 농촌지역 중심으로 다문화 가정이 많이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 하루 1만 명시대로 재래시장, 상가, 면세점 등이 북적대고, 투자 이민자 등 외국인 거주자도 2만 명이 넘는다. 게다가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귀농·귀촌이 활성화되면서 제주에 이주 정착하는 인구도 연간 1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모처럼 지역경제가 활성화 된다하니 다행이다.

그럼에도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풍경들이 요소 요소에 벌어지기도 한다. 어느 날 이웃집 주인이 이방인으로 바뀌어 당황하기도 하고, 공공장소에서 이명처럼 들리는 예의 없는 잡담 소리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 등 부정적인 면도 보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향 제주는 이미 다양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는 다양성과 다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해진다. 제주로 오는 사람, 제주에 사는 사람 모두에게 다소의 불편을 인내할 수 있는 근력이 있어야 한다.

제주로 여행을 하거나 이주를 하는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다. 경제적인 이유든 문화적인 이유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온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관광객, 정착 주민이 공동체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그들이 갖고 있는 지혜와 감각을 이용할 필요도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제주 문화, 질서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정착민에 대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정착 주민 등 지원에 관한 조례’의 취지에 따라 정착 적응과 상생 협력의 지원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제주시가 쓰레기 분리 배출 홍보물을 중국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로 만들어 배포한 것이나 일부 읍·면에서 지역 축제 등에 다문화 가정 및 정착민을 초청해 참여케 하는 것도 좋은 사례라 하겠다. 또한 제주농협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 친정 부모 맺기나 부모교육은 서로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하고, 부부의 소통 강화 등을 통해 완전한 가정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다양성이 클수록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 인류학과 진화 생물학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다양화의 시대, 도민들에게도 이방인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할 수 있는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호 다름과 존엄을 인정하고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창의적 공유시대’를 만들어 가는 지혜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 속에 조화를 이루고 공유와 공감의 소통문화가 있는 진화하는 공동체, 누구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지속가능한 삶의 도시, 그런 제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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