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책이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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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숙.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 관장/시인
   
‘축제의 섬’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제주에는 다양한 축제가 넘실댄다. 계절에 따라 혹은 테마, 내용,장소에 따라 축제의 내용은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역을 알리거나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것, 또한 지역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것, 나아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축제의 수준도 점점 진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각이 돋보이고 내용이 참신해지고 있다. 제주적인 면을 다양한 방법으로 부각시켜 축제 참가자들의 입맛에 맞는 축제로 점점 발전되어 가고 있다.

가을이다. 이번 가을에도 많은 축제들이 대기 중이다.

그 중에서도 ‘독서의 계절’에 어울리는 책 축제가 단연 눈에 띈다. 얼마 전 한라도서관에서 열린 ‘함께해요 작은도서관’은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제주특별자치도작은도서관협회에서 마련한 책 축제였다. 지역의 작은도서관들이 모여, 다양한 내용의 공연, 전시, 체험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책과 함께 소통하는 행사가 되었다.

지난 한글날에는 여덟 번째 맞는 ‘제주시청소년독서문화한마당’이 한림체육관에서 새마을문고제주시지부와 새마을문고한림읍분회의 주최·주관 아래 치러졌다.

이날 지역 주민들은 다양한 공연과 전시, 체험을 통해 책의 매력을 만끽했다. 또한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대상으로한 백일장과 표어 쓰기. 사생대회가 진행됐고 독서퀴즈 역시 쟁쟁한 실력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새마을문고제주시지부는 이 행사와 더불어 책 교환시장도 진행했다.

오는 17일과 18일에는 제주시교육청에서 마련하는 ‘책들의 소풍’이 신산공원에서 펼쳐진다.

도내 가장 큰 규모의 책 축제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함께 하며, 독서노트를 꾸준히 쓴 참가자들에게는 기념품도 제공한다. 이 행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도서관별로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직접 준비한 ‘책 잔치’들이 열린다.

이렇게 가을이면, 책과 함께 하는 행사가 대·내외적으로 줄을 잇는다. 책과 함께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 책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외면적으로 점점 더 성숙해지는 책읽기 행사와는 너무도 아이러니하게 실질적으로 책 읽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도서관에도 프로그램 운영에 참가하는 수강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책을 빌려가는 책 대출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서적 시장은 더욱 열악하다. 하늘은 높고 억새는 흔들린다는 이 좋은 날씨에 서점가는 한겨울과 같은 냉랭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서적 매출이 감소한 요인으로는 스마트폰 보급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여가 시간,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서핑, 게임, 동영상 감상 등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서적 구매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성인이 한 해 동안 읽은 책은 9.2권으로 10권이 채 되지 않아 사실상 세계 최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7년 12.1권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 타이틀의 명성답게 외면만이 아닌, 내면까지 갖춰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가을, 책과 만나는 시간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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