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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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그것을 알아야 하나? 간단한 물음 같지만, 그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역사(歷史)란 한자 뜻으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뭔가 허전하고 애매하다. 그 대로라면 내가 한 달 전에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았던 일이나, 누구를 만나 커피 한 잔 했던 일상의 허접한 일들도 모두 역사가 될 것이다.

역사는 그 수많은 일들 중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선택한 특정 사실로 정의된다. 그러니까 단순한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뛰어 넘은 한 시대의 공기, 한 줄기 강물처럼 형성된 일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건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반성과 교훈을 찾아 현실의 모순과 과제를 올바로 인식하려는 데 있다.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러기에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 없는 대화”라고 말한 영국의 역사학자 E.H Carr의 말이 마치 그 질문에 공식처럼 된 듯하다.

중·고교 역사 시간에 선생님이 같은 질문을 했던 게 생각난다. 우리 대답은 단지 ‘시험 때문에’였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책을 뒤적이는 수 많은 수험생들, 그들의 목적은 일단 공무원 시험 합격과 수능 고득점이 아니겠나.

▲역사 교과서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들어감에 따라 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충돌이 심각하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보수-진보 진영 간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역사 전쟁’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제 역사 전쟁이 시작됐으며, 우리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꼭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라며 불퇴전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 여당을 향한 비난 여론은 이미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져 있다.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바로 잡고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국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국정화’는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되는 이 시대의 낡은 유물처럼 비친다.

현재 교과서가 못마땅하다면 더 단단한 검정 기준을 만들어 바로잡고 고치면 될 일이다. 어렵사리 국정화를 이뤄냈다 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그게 온전히 유지될까.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국민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는 긁어 부스럼이 아닐런지 걱정이다.

오택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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