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를 통한 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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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전문 강사>

혼례를 치른 첫날밤, 갑자기 신부가 진통을 한다. 신랑은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출산뒷바라지를 했다.


출산 과정의 부산물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아이를 포대기에 싸서 대문 입구에 뒀다. 새벽에 마당에 나온 누군가가 ‘업둥이’ 들어왔다고 수선을 떨자 시치미를 뚝 떼고 나간 신랑은 “우리의 경사스런 날에 들어온 업둥이니까 우리가 키워야겠습니다.” 하며 아이를 데리고 살겠다고 고집하여 그 아이를 엄마품으로 데려다 준다.


그때까지는 물론이고 그 후로도 신부에게 어떻게 되어서 아이를 낳게 되었는지 묻지 않는다. 자기 자식을 낳고 키우는 동안도 친자식과 차별없이 똑같이 가르치고 사랑해왔다. 세월이 흘러 그 아이는 과거에 급제하고 나날이 승진을 하더니 급기야 정승이 되었고, 그 집안은 정승댁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누구나가 제일 먼저 “그거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하고 질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가 아니고 이 이야기가 들려주는 가르침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덕’이 아닐까 싶다. 덕스러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구분해서 생각해보자.


처음 부분으로 돌아가 첫날밤에 신부가 원인도 모르는 출산 사실을 알았을 때 남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박차고 일어나 나가서 온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버릴 수 있다. 이게 보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신부집안은 대망신을 피할 수 없을 뿐더러 자신의 집안 역시 그리 영광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처럼 관대함으로 이 모든 상황을 감당한다면 신부 입장에서는 이런 신랑을 평생을 두고 신뢰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물론 그런 신랑이라면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신부를 실망시키는 일도 없겠지만…. 덕을 베푼다는 건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선택을 한 건 누구의 이익일까? 부부의 삶에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덕을 발휘함으로써 상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번의 아량이 평생의 깊은 믿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군에서 휴가 나온 아들과 식사를 하며 들려준 이야기다. 내 아들도 커다란 마음을 품고 살기를 기대하기에 더불어 여러 여자를 아는 것보다 한 여자를 깊이 아는 것이 진정 멋진 남자가 되는 길임을 살며시 귀띰해 주었다.


먼저 덕을 베풀면 평생 복락은 멀지 않음을 이 기회에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마디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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