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카지노의 유혹
초대형 카지노의 유혹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5.1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동장치 없이 질주하는 폭주기관차는 언제나 위태롭고 불안하다. 결국 주체하지 못하는 가속도에 못 이겨 궤도를 이탈,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제주에서 폭주기관차를 떠올리게 만드는 키워드가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 시장’이다. 이미 상식을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는 웬만한 처방으로도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으로 내달리는 형국이다.

 

부동산 시장 다음으로 앞으로 경계해야 할 잠재된 폭주기관차의 뇌관이 다름 아닌 ‘카지노’다. 외형적으로 세원 및 고용 확충 등의 경제적 효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도박이자 사행산업이라는 본질적 속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제주에 투자하는 외자 유치 사업장마다 초대형 카지노 마스터플랜이 발표되거나 확인되고 있다.

 

홍콩의 란딩그룹과 싱가포르의 겐팅그룹이 합작 사업으로 조성 중인 신화역사공원에 계획되고 있는 카지노 시설 규모는 1만683㎡로, 현재 도내에서 운영 중인 8개 외국인 카지노의 전용 영업장을 합친 면적(1만5018㎡)과 맞먹는다.

 

최근 직접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전면에 나선 롯데관광개발과 중국 녹지그룹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드림타워 사업 역시 전용면적 9120㎡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여기에 지난 26일 열린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에서 추진하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들어설 카지노타운 마스터플랜이 공개됐다. 예래 카지노타운은 국내 최대의 카지노 복합단지를 표방하며 서울을 비롯해 국내에서 운영 중인 16개 외국인 카지노의 전용 면적(3만7092㎡)보다 무려 10배 이상 넓은 39만1891㎡ 규모로 구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같은 초대형 카지노 마스터플랜은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한 계획안에 불과하고 해당 업체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관광진흥법 상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권을 이양받아 외국인이 관광사업 5억달러(한화 5000억여 원) 이상 투자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신규 카지노를 허가할 수 있는 특별자치도 특례 규정을 감안할 때 허가 가능성도 예견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문제가 초대형 카지노 규모다. 정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관련 자료를 보면 초대형 카지노에 대한 의구심은 커진다.

 

지난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입장객은 296만여 명으로, 이중 제주지역은 14%(36만명)를 차지했다. 매출액 역시 전체 1조1523억여 원 가운데 제주는 20%(2248억원)에 불과했다. 일년 전에 비해 국내 전체 카지노 입장객은 25만여 명, 매출액은 88억여 원 늘어나는 수준에 그쳤다.

 

이같은 카지노 시장 여건과 전국적으로 치열해지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경쟁,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 등을 감안할 때 도내에 초대형 카지노가 들어서는 게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오히려 복합리조트라는 명목으로 주객이 전도된 카지노 중심의 관광시설이 우려되는가 하면 청정 제주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제주도의 확실한 방침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로서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보다 앞으로 예견되는 문제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도민들의 우려를 씻어야 한다.

 

무엇보다 초대형 카지노에 대한 타당성 여부와 주객 전도를 차단하기 위한 영업장 면적 제한 방안 등의 제동장치 마련에 적극 나서는 게 지금 제주도가 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