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언덕'
'기댈 언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우리나라 베이비붐 1세대가 태어난 1955년, 미국 하와이제도에서 4번째로 큰 카우아이 섬에선 833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30년이 넘게 ‘카우아이 섬 종단 연구’라고 불리는 대규모 심리학 실험이 시작됐다.

 

신생아 중 201명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인 심리학자 에미 워너(Werner,E.E)는 고위험군 어린이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한 후 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성인이 된 후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집단에 비해 훨씬 심한 학습장애와 학교생활 부적응 증세를 보였고, 심각한 정신질환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고위험군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유복한 가정의 아이들 못지않게 모범적이고 진취적으로 성장했다. 학교 성적도 우수했고, 삶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있었으며 도덕적인 면에서 칭찬을 받고 있었다.

 

에미 워너는 이들에게서 아주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이들 어린이의 성장 과정에서 이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준 어른이 한 명 이상은 있었다는 점이다.

 

▲에미 워너는 진심 어린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회복탄력성’을 스스로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여의치 않으면 조부모, 삼촌, 이모 등이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다고 강조했다.

 

의지할 가족이 없는 어린이에게는 이웃이나 성직자, 선생님 등이 그 역할을 해 주었다고 했다. 이 같은 회복탄력성을 거론할 때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이다. 빌 클린턴의 의붓아버지는 어머니를 자주 폭행했으며 아들에게도 손찌검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조부모가 있었다. 자애로운 조부모는 늘 그를 꼭 끌어안았다. 오바마에게는 어머니 앤 던햄(Ann Dunham)이 있었다. 그녀는 사춘기 아들에게 “너는 아버지의 우수한 두뇌와 성격, 그리고 뛰어난 리더십을 물려받았다”고 칭찬하면서 응원했다. 혼혈아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할 때에는 ‘흑인이라는 사실은 강한 자만이 짊어질 수 있는 영광의 짐이자, 위대한 유산’이라고 가르쳤다.

 

▲대입 수능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한 때이다. 가족과 주위의 살가운 정은 수능 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그들이 스스로 일어선다. 질책보다는 칭찬과 응원이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이 수능을 앞두고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고동수 서귀포지사장 esook@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