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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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는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ㆍ일생에서 꼭하고 싶은 일)이다. 드디어 그 리스트에 백두대간 종주를 올렸다. 백두대간은 우리 땅의 등뼈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산맥을 말하지만, 남한 구간은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에서 지리산까지다. 도면상으로는 780㎞이며 실제 거리는 1200㎞이다. 그 거리를 혼자서 걸었다.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지난 2014년 5월 4일 처음 출정해 2015년 10월 26일 등산화 끈을 풀었다. 산불예방을 위해 입산이 통제된 11월부터 4월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을 피하고 보니 10개월이 걸렸다. 대략 한 달에 두 번 집을 나섰다. 지리적으로 먼 까닭에 한번 출정할 때마다 2개 구간에서 3개 구간을 등정했다. 한 구간은 25㎞ 내외로, 구간의 상태에 따라 10시간에서 15시간 정도 걸어야 완주할 수 있었다.

 

새벽녘 별을 보며 등정할 때도 있었고, 온종일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날도 허다했다. 멧돼지를 만나 놀란 적도 있었고 길을 잃어 헤매기도 했다. 그래도 새소리, 바람 소리, 햇볕 소리, 풀벌레 소리는 홀로 나그네의 벗이 되어 주었다.

 

▲나는 작은 꿈을 꾸며 산다. 그 꿈은 산에서 꾸는 편이다. 산은 침묵으로 내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평온한 모습으로 겸손을 가르쳐주기에 다가갈 수밖에 없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종주했다. 2007년 월출산(전남 영암) 산행이 시작이었다. 울릉도를 찾아 성인봉에 올랐고, 홍도에서는 깃대봉에 서서 남풍을 실컷 들이켰다. 전남 담양에 있는 추월산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누군가 내게 왜 산을 찾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내 삶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나 자신에게 왜 너는 젊을 때 백두대간을 걸을 수 있었는데 왜 하지 않았어?”라며 따지면서 물을까 봐. 산을 두고 내 마음과 통하는 이를 만났을 때는 무척 반갑다.

 

최근에는 어느 칼럼니스트를 신문에서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살면서 해 놓은 것이 무엇이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명산(名山)에 많이 올라가 보았다. 그만하면 헛살다 간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대답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라고.

 

▲나의 여정은 끝났지 않았다. 다음은 백두대간 9정맥(正脈) 종주다. 백두대간은 총 13정맥 중 남한에서 걸을 수 있는 정맥은 9정맥(낙동, 낙남,한남 ,한북, 한남금북, 금남, 금북, 금남호남, 호남)이다. 언제까지 완주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의 작은 꿈을 찾고 있을 것이다. 정순식 전 제주교육박물관장(61)이 최근에 들려준 백두대간 종주 이야기다. ‘재미’와 ‘의미’ 있는 삶이란 이런 삶인가. 고동수 서귀포지사장 esook@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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