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신에 의해 탄생한 시프레 향수
사랑의 여신에 의해 탄생한 시프레 향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시프레 계열 향수는 떡갈나무에 서식하는 이끼에서 추출한 오크모스(oakmoss)를 기조로 하고 베르가못(bergamot)와 파출리(patchuli) 등의 악센트가 조향을 이룬 향기를 말한다. 이때 엠버그리스(ambergris), 무스크(musk), 시벳(civet) 등의 동물성 향료가 사용될 수도 있다.


시프레(Chypre)란 이름은 지중해의 시프러스(Cyprus, 불어로 chypre) 섬으로부터 유래되었으며, 향조는 그 섬에서 실제로 느낀 향기의 인상을 표현한 것이다. 조향사는 자연의 향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향을 창조하기 위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시프러스 섬은 고대문명에서 상업도시로 번창했으며, 동양에서 전파된 향료의 중심지이였다. 또한 이 곳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Aphrodite)’가 태어난 장소이다.


아프로디테는 ‘모든 생명의 애욕을 주관’하는 일만 맡았으며, 그것이 그녀가 가진 유일한 능력이기도 했다. 사랑의 여신에 의해 시프러스 섬은 시프레 계열 향수의 발상지가 된 꼴이다.


대체로 시프레 노트(note)는 1917년 프랑소와 코티의 Coty’s Chypre라는 향수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1919년 발매된 겔랑의 ‘미츠코(Mitsouko)’가 대표적인 시프레 향수이다.


이것은 기본 시프레 골격에 현대에 많이 사용되는 복숭아 향인 aldehyde C14와 methyl ionone를 첨가하여 프루티 시프레(fruity chypre)형으로 창작되었다.


시프레 어코드(chypre accord)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배우 Charles Chaplin과 러시아의 발레리노 Sergi Diaghilev 등 남성들도 미츠코 향수에 애착을 가졌다.


Charles Chaplin도 ‘미츠코에서 자신을 찾았다’고 말했으며, Sergi Diaghilev 역시 미츠코의 애호가로 여행할 때 집에 있는 듯한 안온한 느낌을 맛보기 위해 이 향수가 숨쉬고 있는 천을 가지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프레 향수로 피게(Piguet)의 반디(Bandit), 피에르 발만의 졸리 마담(Jolie Madame), 그레(Gres)의 카보샤(Cabochard), 크리스천 디올의 미스 디올(Miss Dior)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유명한 조향사 에드몽 루도니시카의 역작으로 프루티 노트가 온화한 느낌을 주는 매혹적인 향수, 로샤스의 팜므(Femme)도 이 계열에 속한다. 로샤스의 향수 왕국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세 번째 부인에게 결혼 선물로 이 향수를 바쳤다. 이후 1965년 발매된 남성용 향수의 화제작인 아라미스(Aramis)도 이 방향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겔랑(Guerlain) 가문은 5 대에 걸쳐 집안 대대로 조향사를 배출해온 향수의 명가이다. 20세기에 들어 가브리엘 겔랑의 아들인 자끄 겔랑은 겔랑가 중에서도 향수 역사에 빛나는 족적을 많이 남겼다. 그는 미츠코, 샬리마 등 명품을 창작했다. 


향수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걸작 샬리마는 타지마할 궁전과 그곳에 관련된 사랑에 영감을 받아 창작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오리엔탈 계열의 향수이다. 샬리마(shalimar)는 산스크리스트어로 ‘사랑의 사원’이란 뜻이다.


겔랑은 현존하는 최고의 향수회사로서 현재까지 320여 개의 향수를 발매했으며, 전 세계 겔랑 매출액의 60% 이상이 향수 판매와 관계가 있다. ‘좋은 향수는 영원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유행보다는 영혼을 불어넣는 과학적 노력의 결과로 이 회사는 5대에 걸쳐 전통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