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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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행가가 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노래. 우리 말은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하듯이, 정말 점 하나 찍고 안 찍고의 차이가 전혀 다른 의미와 존재로 다가온다.

투자와 투기도 그 유행가 가사처럼 글자상으론 점 하나 둘 차이다. 마찬가지로 이 역시 파장은 하늘과 땅이다.

전자(前者)는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의 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투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 불로소득에 대한 반감, 근로의식의 저하 등 부정적 폐해가 심각하다. 부동산 투기가 망국병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그러나 사실 투자와 투기는 애매모호하다. 칼로 두부 모 자르듯 딱 잘라 그 개념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에 비유해서,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투자를 했는지, 투기를 했는지 본인만은 알 것이다. 또한 분명한 건 투자보다 투기가 횡행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는 병든 사회라는 것이다. 불로소득이 자랑인 세상에서 어느 누가 땀 흘리며 일하고 싶겠나. 우리나라는 부동산 투기가 유별나다. 투기 바람은 거의 10년 단위로 몰아쳤다. 투기가 일면 일수록 돈이 돈을 벌어주고, 없는 사람은 더욱 가난해졌다. 빈부 양극화, 사회적 박탈감을 야기하는 주범이 부동산 투기다.

▲최근 제주사회의 최대 화두는 무엇일까. 바로 ‘부동산’이다. 어느 경조사에 가거나, 이런 저런 모임에 들르면 그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느 곳에 땅값이 평당 얼마라더라, 아니면 아파트 값이 며칠 새 몇 천 만원 뛰었다더라 등등.

이런 가운데 발표된 성산읍지역의 제2공항 건설은 불붙은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그런데 그 곳에 눈독을 들인 투기 바람은 진작에 몰아친 모양이다. 최근 해당지역 토지 거래 중 외지인 취득 비중이 44.5%나 된다니 놀랄 일이다. 매입자들의 동물적인 감각에 혀를 내둘러야 할지, 아니면 개발 정보가 새어 나간 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토지 거래자 모두가 투기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당 지역 상당 면적이 이미 외지인 소유로 변했고, 땅값 또한 크게 오른 현실이 허탈하다. 보통 사람들은 가슴 졸이며 아둥바둥 살아가는 동안, 투기꾼들은 한 발 앞서 온갖 편법으로 제몫 챙기기에 혈안이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하루 하루 애면글면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왠지 바보 같다는 게 필자만의 생각일까.

오택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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