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날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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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
해마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거나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각처럼 만만하지는 않다. 세상은 그만큼 호락호락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덧 올 한 해도 다 가고 12월의 달력 한 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동짓날을 맞는다. 역시 동지팥죽으로 지난 일을 돌아보고 또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 본다. 마냥 스스로 속고 사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인생일지라도 삶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다. 그런 뜻에서 동지의 의미를 새겨보고 새로운 한 해의 각오를 세워 본다.

불가(佛家)에서 5대 명절이라 하면 정월 초하루, 사월 초파일, 칠월 칠석과 백중, 그리고 동짓달의 동지(冬至)이다. 그중 동지는 그 해의 끝 날이자 새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그 이유는 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의 기운이 가장 센 날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동짓날 합방을 하면 음의 성질을 지닌 여성의 원대로 아들을 수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동짓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다음날 새로운 기운을 받았다. 그래서 동지를 ‘작은 설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동지는 묵은 빚을 갚는 날이다. 옛날 집안의 하인에게도 밀린 세경(곡식)을 다 갚아 적어도 동짓날에 동지 죽을 쑤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은혜를 입은 스승님과 부모님, 그 밖의 이들에게 보은하거나 심지어 용서를 비는 일도 동지 이전에 해야 한다고 믿었다. 또한 동지에는 새로운 각오나 계획, 희망을 적기도 했다. 농사를 짓는 이라면 언제 파종을 할지, 언제 모내기를 하고, 언제 거름을 내고 수확할지 미리 기록을 해두는 날이 동지이다.

그 동지에 식구들과 함께 먹는 전통 음식을 동지 팥죽, 혹은 동지 새알 죽이라 한다. 팥은 붉은 색이라 색깔부적으로서 삿된 귀신이나 악귀들이 무서워하는 붉은 피를 상징화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말(馬)의 피를 집 주위에 뿌려 액막이를 하였으나 말이 워낙 귀해서 동지 팥죽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새알은 나이를 의미했다. 그래서 동지 팥죽을 먹으면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 하여 새알은 자신의 나이보다 더 많이 먹어야 했다.

해마다 맞는 동지(冬至)이지만 동지팥죽을 먹는 것으로 의미를 상실한다면 조상이 물려준 동짓날의 깊은 뜻을 외면하는 것이요, 마냥 나이만을 먹는 세월을 허송하는 것 외에 다름이 아니다. 나이가 스승이란 말이 있듯이 올해 동지에는 보다 성숙하고 철이 든 어른들이 되어야 한다.

우리 조상의 지혜와 큰 의미가 담긴 동지의 유래를 잘 전승하는 것도 우리 문화를 계승하는 우리들의 역할이다. 문화는 물과 같아서 상류가 맑고 깨끗해야 아랫물도 청정해진다. 삶의 깨달음이 담긴 동지의 깊은 뜻을 우리가 잘 새기고 후손에게 잘 전달해야 할 이유이다.

특히 내년은 대한민국의 총선이 있다. 또 얼마나 많은 표각설이들(?)이 우리들의 면전에서 아부하듯 한 표를 달라고 굽신거릴지 눈 앞이 선하다. 어떤 이들은 한국의 정치인들을 두고 가장 부패한 계층이라고 욕설을 퍼 붓는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되도록 방조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 자신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정치의 부패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유권자들의 잘못된 선택과 방관을 먼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거 때만 되면 나 몰라라 하는 선거 방관자들이 제발 내년에는 등장하지 말기를 기원한다.

을미년 동지는 좀 더 우리들 스스로가 ‘나이값’을 하는 성숙한 동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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