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국장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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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국장님들의 성명서를 찬찬히 여러 번 읽었습니다. 한편으론 짠했고 한편으론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3년 전 부도 사태 당시 독자 대탈출(exodus)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를. 그때 독자의 대량 이탈이 있었다면 본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새로운 ㈜제주일보 법인을 설립하며 재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본보를 손에서 놓지 않은 독자들의 배려 덕분입니다. 그 독자들의 마음을 잡아준 것은 윤전기에서 갓 나온 신문을 온기가 가시기 전에 배달하기 위해 새벽부터 달린 지국장님들입니다.

 

세상인심이 염량세태라고 하지만 지국장님들은 달랐습니다. 엄동설한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비대위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되어 주었습니다. 마치 세한도의 쓸쓸한 초가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그 나무들처럼 말입니다.

 

좀 더 나은 곳에서 둥지를 틀어도 뭐라 할 이 없는 데 지국장님들은 본보를 떠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가벼이 움직이지 않고 태산처럼 무겁게 버티었습니다. 군자는 곤궁할수록 단단해지나 소인은 곤궁하면 탈선한다(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는 말이 생각납니다.

 

▲많은 분이 지금 본보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왜 사주의 행태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 했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점에 대해선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했던 것은 아닙니다.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려보면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신제주 연동사옥을 매각하고 광령사옥으로 옮기면서 모두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제3의 창업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사옥 이전 1년 만에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했습니다. 연동사옥 매각대금 340억은 어디로 사라지고 1년 만에 닥친 임금 체불. 지국장님들도 아시다시피 언론사 임금은 박봉입니다. 그 박봉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1년 만에 거덜났다는 사실을 그 누가 믿겠습니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당시 본보는 도내 발행ㆍ판매부수 1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국내 메이저 3대 신문을 현지 인쇄하고 있었습니다. 사원들이 어렵게 수용한 중간퇴직금도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어 조용히 수사 의뢰 진정을 했습니다. “그때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습니까”라고 물으면 우리는 “모두 거기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 사주는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횡령과 온갖 비리가 드러나 현재 4년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원과 가족들이 그 피해의 수렁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본보는 터널 속을 지나고 있습니다. 터널은 동굴과 같이 안이 어둡지만 출구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지국장님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항상 제주新보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성원의 메시지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고동수 편집국장 esook@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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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개 2015-12-21 16:49:48
참 어려운 현실과 맞닥뜨렸네요. 이제까지 인터넷으로만 제주신보를 보다가 오늘 제주신보 구독신청을 했어요. 뭐 달리 도울 길이 없네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