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이 무사 정 토라저신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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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택. 서귀포예총 회장
돌하르방만큼 제주문화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어디 있을까. 벙거지를 눌러 쓰고, 눈이 부리부리하면서도 인자한 돌하르방의 모습은 제주인의 미소 그 자체이다. 옹중석·벅수머리·우석목·무석목이라고 불리던 석상을 ‘돌하르방’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처음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공론을 통해 ‘돌하르방’으로 명칭을 정하면서부터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돌하르방의 위치가 서로 마주보기에서 슬며시 전면보기 형태로 360도 뒤바꿔져 세워지고 있다. 본래 돌하르방의 위치는 마주보기였다. 2009년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펴낸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제주100년’ 사진집에 보면, 1900년대 초 ‘제주성과 성문어귀 돌하르방’이 길 좌우에 각각 2기씩 마주보기로 세워져 있다. 이로 보면 분명 돌하르방의 위치는 마주보기로 세워져 있어야 맞는 것이다.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188호로 지정된 성읍민속마을의 동·서·남문에도 보면 각각 2기씩 마주보기를 하고 있고, 대정성지에도 보면 비록 제 위치에 있지는 못하지만 모두 마주보기를 하고 있다.

헌데 제주도청 정문 앞 돌하르방은 민원인들을 살피려 하심인지는 몰라도 마주보기가 아니라, 전면보기를 하고 있다. 아마 길 건너에 도의회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주도의 문화 역사를 올곧게 세워야할 제주도가 이렇게 세워 놓은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러니 다른 기관·단체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미 설치되어 있는 돌하르방의 위치가 잘못된 것도 따지고 보면 애당초 잘못 세워놓은 도청 정문 돌하르방 위치와 무관하지가 않다. 도청에 각종 인허가를 받으러 출입하는 민원인이나 도민 또는 외국 방문객들이 도청 정문에 세워져 있는 돌하르방의 위치가 잘못되었다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 왜냐하면 도청에서 하는 일은 하나도 틀림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문관광단지 각 업소를 비롯하여 도내 관광지 입구마다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을 아니 세워 놓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모두 도청 정문 돌하르방의 위치와 똑같게 설치하여 놓았으니, 참으로 돌하르방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제주도의회는 이와 같은 잘못된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해, 1993년 도청 내무국 소관 업무 행정사무감사 때에 “돌하르방을 제작·설치·판매(2기 1쌍)하는 과정에서 옛 그대로 보존되고 또한 민속적 가치가 흐려지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주문하면서, 돌하르방의 위치가 2기 1쌍을 원칙으로 마주보도록 하는 게 맞는 것이니 그렇게 행정 지도하라고” 지적 하였으나, 당사자인 제주도도 그렇고, 도의회 또한 시방도 계속 지켜보는 것 같다. 언제까지 방관만 하려는 것인지.

관광객 4000만 시대를 꿈꾸며 여러 가지 기반 시설하는 것도 급하겠지만, 먼저 제주도의 정체성부터 올곧게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으면 된다.

도내 원형 돌하르방은 모두 47기가 있었다. 대정·정의현성에 각각 12기가 보존되어 있고, 제주목에는 23기가 있었으나 이 가운데 1쌍 2기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뜨락에 가 있다. 그 어떤 이유로 제주문화유산 원형이 국립민속박물관 뜨락까지 나가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전시 목적으로 가져갔다면 제주를 상징하는 이 돌하르방 또한 시급히 제주도로 모셔와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토라지게’ 세워 놓은 도청 정문 돌하르방부터 바르게 세우는 게 필요하다. 문화유산 활용은 원형 보전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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