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알면 고입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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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세화고 교장/수필가

‘대입을 알면 고입이 보인다’는 제주 읍면지역 소재 모 중학교에서 학부모 대상의 고입설명회 때 걸어놓은 현수막 문안이다. 이 슬로건에는 제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입보다 고입이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들어있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대학 입시가 많이 바뀌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는 물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해야 하고, 여기에 자신에게만 주어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대학진학 전략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농어촌 출신 중학생이라면 농어촌 소재 고등학교로의 진학을 고려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대학에서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원 자격을 농어촌지역 고등학교 3년 재학에 더하여 농어촌 중학교 3년 재학까지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농어촌 중학생이 제주시 평준화지역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한다면 이것은 농어촌학생에게만 주어지는 큰 혜택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젠 중학생들도 고입 단계에서부터 자기에게 맞는 대학 전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준비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 농어촌학생특별전형, 고른기회전형,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특별전형, 특성화고교출신자전형 등 자기에게 해당되는 전형을 사전에 파악해서 적극 대비해야 한다. 특히, 농어촌 지역 중학생이라면 중학교 3년을 대학 진학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요즘 대학 합격이라는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 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에게 유리한 대입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은 전체 모집인원의 4% 한도 내에서 정원 외로 선발하는 방식으로, 도시지역에 비해 열악한 교육환경을 가진 농어촌 고등학교의 대학진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특징은 농어촌 학생들끼리 경쟁을 하게 되므로 일반전형보다 커트라인이 낮아 합격할 확률이 훨씬 높고, 중·고교 6년으로 재학기간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자가 적어 경쟁률도 낮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것은 농어촌 지역 고등학생이 아니라 중학생을 위한 대학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사례를 들면, 금년 서울대 윤리교육과에 합격한 P양이나 연세대 영어영문과에 합격한 K양 모두 읍면지역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로서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을 비롯한 특별전형을 통해 합격하였다.

또, 글 첫머리에 소개한 중학교에서는 금년 단 2명만 제주시 평준화지역 일반고에 진학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15명 내외로 진학했던 점에서 금년 2명만 진학한 것은 대단한 변화라 아니 할 수 없다. 이것은 성적 우수 학생들 중심의 제주시 평준화지역 일반고로 진학시키던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고입 단계에서 대학 진학까지 고민하면서 학생의 개인 환경과 장점을 고려한 고입 지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제주교육의 최대 이슈인 고교체제 개편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안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읍면지역 소재 20여 중학교에서 약 10명씩만 제주시 평준화지역 일반계고로의 진학을 줄인다면 제주시 동(洞)지역 일반고 1개교를 신설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있어 성공하려면 열정은 물론 정보와 자신만의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유명대학 합격은 더 그렇다. 대학 수시모집 인원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학생부종합전형과 특별전형 모집인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대입을 알면 고입이 보인다’라는 속삭임이 일반고 교장인 필자의 귀에는 ‘대학 합격의 지름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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