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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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언. 서귀포문화원 원장

지역문화란 그 지역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제주의 아름다움과 정신을 담고 있어야 한다. 지역문화의 발전이야 말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지역문화 육성을 위해서는 삶의 기반인 지역의 자연적, 역사적, 사회적 특성을 바탕으로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제주 지역의 향토문화는 민중을 기본으로 한 민중 문화적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면면히 계승되어 올 수 있었다. 우리는 이렇듯 끈질기고 튼튼한 향토문화의 정체성을 쉽게 져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의 문화도 역사문화의 중요성에서 벗어나 컴퓨터나 인터넷을 통한 문화로 많이 탈바꿈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많은 문화 이주민들의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상은 제주가 문화예술의 메카임을 입증하는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주예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점점 많은 활동을 할수록 지역 예술인과 이주 예술인들 간의 갈등이 조성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제주도 문화예산이 3%대 상승했다고 하나 지역예술인들의 느끼는 체감온도는 전보다 더 냉랭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업이 공모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지역의 예술인들은 이주예술인들에 비해 기획에 대한 전문성에서 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향토문화에서는 가장 전문적인 자임에도 불구하고 공모사업에서 번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예술인들은 아예 공모를 포기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예술인들에게 예전에는 자부담 50%가 부담되어 공모에 걸림돌이 되더니, 자부담이 10%로 내려진 지금은 이주예술인들이라는 외적 요인에 의해 또 다시 공모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예술적 우수성이 문화자원의 핵심에 놓여야 함은 당연하다. 전문성 있는 예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에는 가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주예술인 중심의 공모 선정이 많아지면서 지역예술인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점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는 제주라는 지역성이 배제된 이주예술인 중심의 획일적인 문화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한 축제나 문화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제주에서 전통 민속을 볼 수 없다면 제주의 정체성은 점점 더 사라져 지역문화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본다.

문화의 기본은 효이고 정이며 공동체이다. 한때 제주에서는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 없는’ 3無 정신을 내세워 제주의 포근한 인심을 도민정신으로 내세운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의 훼손은 심각해지고, 제주의 마을돌담, 밭담은 점점 변해가고 있다. 산담은 장묘문화의 변화로 묘가 없는 보기 흉흉한 산담만 남거나 사라지고 있으며, 공연예술 또한 제주의 전통 민속공연이 보기 힘들어 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문화 정책은 제주의 전통문화라는 밑그림 위에 새로운 문화를 엮어가야 한다.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은 많다.

우리의 도심이 더 망가지기 전에 아름다운 골목길을 살리고, 제주만이 간직한 돌 문화를 잘 지켜내고, 고유의 미풍양속과 제주어, 해녀, 민요와 노동요를 활용한 명품축제의 발굴과 작은 축제 확대, 자그마한 마을박물관의 확충, 역사적인 인물 재조명, 문화유적의 발굴과 보존, 문화예술의 거리조성 등을 차분히 펼쳐 나가야 한다.

독창성 있는 지역문화는 오늘날 세계인을 제주로 모으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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