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와 '육룡' 그리고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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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정치부장

요즘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보면서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을 떠올려 보았다.

이 드라마는 백성들에게 희망을 잃게 한 고려를 끝장내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그의 아들 이방원, 새 왕조를 설계한 정도전 등이 육룡의 주역이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이들 인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만큼은 모두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결같았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도 2년 전 “진정한 변화와 시대 교체, 이것이 도민의 엄중한 명령”이라며 새로운 제주 건설을 위한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원 지사는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둔 3월 16일 제주시 관덕정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를 바꾸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20년간 ‘제주판 3김’인 신구범·우근민·김태환 도지사체제에서 줄세우기, 편 가르기로 멍들고 지쳐 쓰러진 공직사회와 도민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겠다는 약속도 했다.

원희룡이라는 이름 석 자,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도민들에게 희망이었다. 결국 6·4 지방선거에서 원 지사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새로운 제주도정을 맡게 됐다.

이에 앞서 고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중앙만을 바라보던 원 지사를 제주로 불러들이고 이를 챙겨준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현재 제주도와 유관기관 등 안팎에서 원 지사와 행보를 함께하고 있다. 어쩌면 새로운 도정을 세운 이들 가운데 주역들이 ‘육룡’으로 불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원 지사와 ‘육룡’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각이 2년 전과 같을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새 도정이 도민 통합과 소통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지만 결실을 보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편 가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4·13 총선을 앞두고 뜬금없이 등장한 ‘원희룡 마케팅’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도내 3개 선거구에서 각각 1명의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원 지사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대형 현수막으로 만들어 선거사무소 벽면에 내걸고, 보도자료나 명함에도 이를 활용했다. 이들 예비후보는 국회 입성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도 국가와 국회에 앞서 원희룡 도정의 성공을 부각시켰다.

모 예비후보는 “저와 함께 원희룡 지사를 제주로 불러들였던 몇몇 분들이 원희룡 도정 성공을 위해 출마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고사하다가 수락했다”고 출마 선언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원희룡 마케팅’이 선거에 이용되자 당내 다른 경쟁 후보들은 불공정을 주장하면서 불쾌감을 표시했다. 심지어 다른 모 선거캠프에서는 공무원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야권에서도 선거 중립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원희룡 도정에 대한 중간평가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 작동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 지사는 특정 후보 지원은 말이 안 된다면서도 ‘원희룡 마케팅’을 방치, 편 가르기 논란을 부추겼다.

결과는 ‘원희룡 마케팅’의 빛이 바랬다. 원 지사를 노골적으로 선거에 활용한 새누리당 예비 후보 3명 중 1명만 예선을 통과했고, 나머지 2명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경선 참가 기회조차 좌절됐다.

특히 ‘육룡’ 몇몇은 특정 예비후보에게 총선 출마를 제안했지만 쓰라린 실패의 맛을 보며 결국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지사가 다른 지역에 출마하는 중앙인맥 간접 지원 논란이 제기됐던 예비후보 3명도 새누리당 공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 원희룡 지사와 ‘육룡’은 2년 전 “서로 편 가르고 배척해서는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며 “다음 선거를 위해 권력을 쓰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해 권력을 나누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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