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가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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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해마다 경칩을 전후해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들불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을 찾아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을 빌고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제주선인들의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승화 발전시킨 이 축제가, 올해로 19회째라고 하니 이제 성년이 된 셈이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2012년 15회까지 민속적 의미와 제주의 목축문화를 접합해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펼쳐졌으나,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진행상 어려움이 많고,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새봄이 움트는 경칩을 전후해 주말로 개최기간을 변경했으며, 축제명도 제주들불축제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

제주는 일찍이 광활한 들판 위에 목축업이 발달하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가마다 보통 2, 3마리의 소를 길렀다.

왜냐하면 가축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수확한 농산물을 밭에서 집으로 또는 시장으로 운반하는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농번기가 끝나면 소를 기르는 농가들이 윤번제로 돌아가며, 동이 트기 무섭게 도시락을 둘러메고 소를 몰고 풀을 찾아다니곤 했다. 소에게 싱싱한 풀을 먹이려면 여러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지혜를 짜낸 것이 가시덤불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늦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 들판에 불을 놓았다.

조상들의 애환이 깃든 삶을 들불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하여 즐길 거리, 먹거리, 민속민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선조들의 역사를 계승하면서, 함께 즐기면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를 관광에 접목시켜 대내외적으로 제주의 정체성과 전통성을 알리는 계기로 승화시켰다.

이런 뜻 깊은 축제의 장이 정부로부터 인정받아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축제, 한국축제 50선, 제주 인이 자랑하고 싶은 문화자원 1위, 제주특별자치도 최우수축제로 선정 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잘 보전하고 계승하여 후손들에게 삶의 가치를 높여 주는 것. 얼마나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우리 어머니들은 역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삶의 밑천으로 삼았다.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며, 별을 보고 점을 치기도 했다. 그러기에 오늘날 과학과 문명의 세례 속에서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가 한둘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다. 옛것과 새것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암시한다.

옛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이는 새로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미래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도 없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인과법칙적인 불가분의 원리를 터득하지 못하면 미래의 희망은 묘연하다.

과거가 없는 민족은 없다. 조상들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되살려 후손에게 물려주고 자손만대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곧 제주인들이 가지는 독특한 혼이요, 전통문화가 될 것이다.

조상의 삶의 깃든 제주들불축제가 세계의 축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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