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와 ‘평화의 섬’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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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훈. PR Agency 컴101 이사/전 중앙일보 기자

15일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특히 해외 정치권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태국 총리는 ‘태양의 후예’처럼 애국심을 고취하는 드라마를 만들자고 했고, 중국 공안은 너무 뜨거운 열기에 ‘태양의 후예’주의보를 내렸다 합니다. 그럴만도 합니다. 동시 방영한 아이이치 동영상은 회당 1억뷰 이상, 누적 20억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그밖에 아시아, 유럽, 북구, 중동 등 32개국에 수출됐으니, 전 세계가 드라마에 열광하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외교, 국격 등에 의심을 품는 세계인의 가슴에 좋은 이미지로 갈무리하는 기회가 될 듯도 합니다.

‘태양의 후예’의 키워드 중 하나는 각자의 책무에 충실하기 입니다. 군인은 나라에 충성하고 명예를 소중히 하며, 의사는 인간의 목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입니다. 중동의 지도자 수술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지도자의 비서실장은 주치의가 올 때까지 수술을 해서는 안된다고 명령합니다. 강모연(외과의)은 주치의가 올 때까지 지도자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그러자 유 대위는 모연에게 집도해서 살릴 수 있는지 묻습니다. 고민 끝에 그래보겠다 대답하자 유 대위는 중동 경호원들에게 총을 맞겨누며, 모연에게 수술할 것을 허락(?)합니다. 모연에겐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의사의 책무를 다하게 하고, 자신은 그러한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외교안보수석과 대대장의 반대되는 명령에도 말입니다.

드라마는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서귀포 예술의전당(이후 ‘전당')은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대관을 4월 12일 거부 결정했습니다. 부산시에 이어 지자체가 영화제에 개입한 두 번째 사례가 됐습니다. 영화제가 정치성과 편향성을 보인다는 이유였는데, 마찬가지로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결정 같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했을까요? 전당의 설립 목적과 공무원의 책무입니다. 전당은 지역 문화와 예술을 진흥하기 위해 주민의 문화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공연 활동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었습니다.

대관을 불허하려면 영화제에서 상영할 34편의 작품이 어떤 점에서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지 설명했어야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전당은 협의 과정에서 7편을 문제 삼고 영화의 자세한 내용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해 조직위는 영화의 상세 내용과 영화진흥위원회의 등급 면제 추천 서류를 제출했다 합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상영 가능한 영화라는 보증을 해줬다는 의미입니다.

이 영화제의 작품들이 도민이나 우리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요? 그건 도민이나 국민을 하향 평가하는 편향적인 시각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평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기운을 막는 행위 같습니다. 제주의 캐치프레이즈는 '평화의 섬'이고, 영화제의 취지는 ‘공동체를 복원하고 상생하는 전기를 만들려고 했다’는데 말입니다.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합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공무원은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복무 규정을 선서합니다. 유 대위나 강모연처럼 제복을 입지 않아서일까요. 그렇다면 공무원도 유니폼을 입게 하면 어떨까요. 이런 전체주의적 치욕적 발상을 현실화하자는 국민의 명령이 나오기 전에 공무원은 복무규정 선서를 새겨야 합니다.

조직위는 “서귀포시와 서귀포예술의전당의 위법한 사전 검열 행위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를 엄중히 규탄한다”며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제는 예정대로 4월 23일부터 강정마을 안에서 열릴 예정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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