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과 유감. 사표, 그리고 쇄신
4.13총선과 유감. 사표, 그리고 쇄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재범 정치부장
4·13총선이 막을 내리고 모두가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제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무대와 거리를 두지 못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후폭풍에 휩싸였다.

원 지사는 지난 19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정질문에 출석, 도의원들의 ‘원희룡 마케팅’ 묵인 등 선거 개입 논란 추궁에 자세를 한껏 낮추며 유감을 표명했다.

원 지사는 이날 “제주의 선거 상황이나 풍토를 조금 간과한 부분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폭넓은 제주 사회의 모습을 도민들이 원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부응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끼쳐 드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만약 제가 전직 지사라면 도민 통합에 구심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며 총선에 개입했던 전직 지사들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2014년 7월 취임 이후 도의회에서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지난 1월 18일 제주시 연두방문 차 시청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박근혜)대통령 마케팅은 문제가 안 되고, (원희룡)지사 마케팅은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하며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선거운동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언급도 불필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던 것과도 비교가 됐다.

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참패는 물론 원 지사와 가까운 인맥이거나 ‘원희룡 마케팅’을 이용해 도·내외에서 출사표를 던졌던 7명이 모두 낙선한 상황 때문이다.

원 지사 자신과 제주의 든든한 ‘지원군’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되레 상대 측으로부터 깊은 감정의 골을 쌓이게 하면서 ‘적’을 만든 셈이 됐다. 여기에는 민선 6기 도정을 세운 주역인 ‘육룡’ 등 측근들의 판단 착오도 한몫했다.

때맞춰 지난 19일 원 지사와 호흡을 맞춰온 현광식 비서실장 등 정무직 보좌진 4명은 “도정 임기 중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더 많은 분들이 도정에 함께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원 지사가 선거 전 ‘총선은 총선이고, 도정은 도정’이라는 소신을 밝히고 공개적인 선거 중립을 선언했더라면 지금처럼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다.

도정에만 전념했더라면 도민들로부터 ‘구태정치’ 비판을 받는 과거의 도백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주었을 것이다. 원 지사의 임기는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남은 2년여 기간이면 “제주를 바꾸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초심을 실현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지난 1년 10개월간 보여주지 못했던 ‘중용의 도’를 지키고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펼쳐야 할 것이다.

정무직 보좌진들의 일괄 사의 표명이 진정성 있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제주도와 유관기관 인사 시스템도 ‘사전 내정설’이 100% 통하는 구조를 쇄신하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인들이 본지 인터뷰에서 밝힌 도정 평가 내용도 곱씹었으면 한다.

4선에 오른 강창일 당선인(제주시 갑)은 “가장 안타까운 점은 공직사회 줄세우기를 근절하겠다는 도정의 목표와 무색하게 정치공무원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훈 당선인(제주시 을)은 “도민들은 아직도 기대 반 우려 반하는 것 같다”며 “그 이유는 제주를 잘 모른 데서 야기된다고 본다. 지역주민과 도의회와의 소통이 부족한 점도 우려된다”고 피력했다.

위성곤 당선인은 “해군기지, 영리병원,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제2공항 등 갈등 사안에 대해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할 의사가 있는지에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며 “협치 도지사의 면모를 보여줄 때가 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제주도정을 기대해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