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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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시지사장 겸 논설위원
교육부가 지난 2일 발표한 로스쿨 입시 실태 조사 결과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2014~2016학년 입학 전형 전수 조사에서 24명의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 불공정 의심 사례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 8건은 신상 기재 금지가 고지되었음에도 이를 위반하고 기재했다니 부정행위 소지가 크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보더라도 전.현직을 망라해 시장, 법무법인 대표, 공단 이사장, 지방법원장, 변호사협회 부협회장, 대법관, 검사장, 판사 등으로 소위 잘나가는 신분들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및 정치권 등에서 로스쿨 입학을 둘러싸고 불공정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로스쿨은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우리나라는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 도입됐다. 학부 전공에 상관없이 4년제 대학 졸업자에게 입학 자격이 주어지며 3년 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 후 ‘현대판 음서제’라는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우선 비싼 등록금이 서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25개 로스쿨의 1년 평균 등록금은 1500여 만원에 달하며 일부 사립대는 2000만원이 넘는다.

물론 장학제도가 잘 돼 있다고는 하나 4년제 대학을 마치고 3년 더 고가의 등록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서민 자제들에겐 손쉬운 선택이 아니다. 더구나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 소위 부모나 친인척의 ‘빽’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

▲조선 세종 때의 청백리 정갑손과 신기남 의원의 처신이 대비돼 떠오른다. 정갑손이 함길도 관찰사로 있을 때 일이다. 조정의 부름을 받고 한양을 다녀오다가 생원 향시에 자신의 아들이 합격한 방(榜)을 보고 시관(試官)에게 크게 화를 내며 “우리 아이는 학업이 아직 정밀하지 못한데 어찌 요행으로 임금을 속일 수 있겠느냐”며 아들의 이름을 합격자 명단에서 삭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반면 신기남 의원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자신의 아들을 구제해달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때문에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결국 낙선했다.

로스쿨은 아무리 도입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와 ‘금수저’들에 의한 ‘그들만의 리그’로 둔갑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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