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나이롱,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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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진경산수화가 어떤 그림인가 궁금해 제주대 박물관을 찾았다. 제주대 개교 64주년 기념 기획 특별전으로 ‘겸재 정선 제주에 마실 나오다’가 열리고 있었다. 겸재(謙齋) 정선(鄭敾ㆍ1676~1759)은 조선 고유의 진경산수화풍을 창조하고 정립시키는 데 기여한 화가로 알고 있을 뿐 실제 그의 그림을 만난 적은 없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그림이 제주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경(眞景)산수화란 말 그대로 실제 경치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나라 산천의 경치가 주요 소재다. 이 화풍의 필수요소 중 하나는 현장 답사다. 정선은 금강산과 서울 근교, 영남 지방 일대를 수차례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작품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고 익숙했고 포근하게 다가왔다. 정선 이전만 해도 조선의 산수화풍은 관념산수화가 대세였다. 관념산수화(觀念山水畵)는 관념적인 산수로, 실제가 아닌 무릉도원 같은 상상 속의 산수를 그린 것이다.


정선은 84세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사용한 붓이 무덤을 이룰 정도로 그림에 지극한 공력을 쏟았다고 한다. 누구처럼 조수에게 대신 그리도록 한 후 자신의 낙관을 찍지 않았다.


▲가짜나 엉터리를 뜻하는 말로 ‘나이롱(나이론)’이란 단어가 있다. 1938년 미국 듀폰(Dupont)사가 만든 최초의 합성섬유 나일론은 1950년대 중반 국내에서 크게 유행했다. 그땐 값싼 합성섬유가 아니라 신 섬유였다. 하지만 시대가 점차 친환경적인 것에 눈을 돌리면서 나일론은 인공물질로 격하됐다. 고급을 뜻하던 말도 ‘겉만 그럴싸한 가짜’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아픈 척하는 나이롱환자로부터 ‘나이롱훈련’이나 ‘나이롱박수’까지 가짜나 엉터리를 뜻했다.

이제는 정부가 정부답지 못하면 나이롱 정부라는 소리를 듣는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서도 차관급인 보훈처장이 사실상 거부했다”며 ‘나일롱 정부’가 아닌가 하는 의심과 조짐이 도처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나이롱과 비슷한 수준의 말로 ‘양아치’가 있다. 이 말은 거지를 뜻하는 동냥아치를 줄인 말이라고 한다. 불쌍한 거지에 못된 거지의 이미지가 덧붙여진 것이다. 오늘날에는 체격으로나 배짱으로 건달도 못 되는 주제에 건달짓하고 다니는 불량배를 의미한다. 최근 새누리당 상임 전국위원회 대회에서는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로 안 할 것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19대 국회를 되돌아보면 분통이 터진다. 오죽하면 나이롱, 양아치란 소리가 자신들의 입에서 나왔겠는가. 20대 국회는 오는 30일부터 시작한다. 겉멋에만 취해서는 나이롱, 양아치 소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치도 그림처럼 혼을 담아야 한다.


고동수 편집국장 esook@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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