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대법원이 ‘한국판 OJ심슨 사건’이라 불리는 김 지사 사건에 대해 많은 고심과 논의가 있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OJ심슨 사건’이란 미국의 스포츠 스타인 흑인 심슨이 백인 전 아내와 그 애인을 살해했으나 백인경찰이 심슨에게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한 사실로 인해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지난 29일 대법원은 김 지사 사건 1,2심 재판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쟁점으로 부각됐던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집행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고 100분간 논쟁을 벌여 법조계 안팎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대법원의 상고심은 대부분 서류심리만으로 끝내는 것이 통상적인 재판절차였으나 김 지사의 사건은 이례적으로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법원의 공개변론은 ‘새만금 사건’, ‘성전환’, ‘음악파일 소리바다의 저작권 위반사건’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뤄왔다는 점에서 늘 주목의 대상이었다.
이번 김 지사 사건의 공개변론의 핵심은 ‘위법수집 증거배제법칙’과 관련한 것이었다.
이는 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이 따르지 않고 위법하게 취득한 증거는 그것이 범죄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라 하더라도 법적 증거효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즉 검찰이 취득한 증거가 김 지사의 공무원 선거동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될지라도 정당한 법절차에 의해 획득하지 않는 한, 증거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바로 ‘위법수집증거배제의 법칙’이다.
‘위법수집 증거배제의 법칙’과 관련해 우리나라 대법원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서류 등 물건인 비진술성 증거인 경우 압수절차가 비록 위법이라도 물건자체의 성질이나 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므로 증거가치에 변함이 없다는 논리로 증거능력을 인정해왔다.
김 지사 사건에 대한 1심과 2심 판결도 이같은 판례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번에 검찰이 김 지사사건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압수수색과정의 위법성 논란을 공개변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 것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는 대법원이 그동안 형사사건에 적용해오던 판례의 효력을 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새로 개정돼 시행을 앞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살리는 판결을 하느냐에 따라 법원과 검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번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1차적으로 주목해야할 점은 검찰과 변호인이 서로 다르게 주장하는 압수수색 증거물의 위법성여부에 대한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 에 있다.
그러나 사실은 김 지사가 검찰이 법원에 제시한 선거법 위반 증거물에 의해 기존 대법원 판례를 존중한 1심과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지사직 상실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김 지사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따라 법 집행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9명의 확실한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구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로 이어져야 한다.
검찰이 화이트 범죄의 황금방패로 활용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과연 김 지사에게 적용될까? 그렇게 된다면 제주도민들은 2개의 법무법인의 유려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며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김 지사를 박수로 환영하며 우리의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제주도민들이 1995년 이후 뽑았던 3명의 도지사 모두 실정법 위반으로 대법원 법정까지 내몰렸고 그 때마다 도민들은 늘 자괴감에 부끄러울 뿐이었다. 29일 대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제주도지사들은 왜 줄줄이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어야 하는지 참 이상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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